두산 이영하(왼쪽)와 키움 최원태. 이석우 기자·두산 베어스 제공

 

한국 야구 대표팀에 뽑힐만한 오른손 에이스가 많지 않다는 것은 이미 수년째 언급돼온 과제다.

2019시즌 KBO리그는 타고투저 흐름이 꺾이면서 빼어난 오른손 선발이 등장할 적기인 것 같았지만, 지난해 기대를 모았던 오른손 투수들이 부진하면서 기대는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당장 시즌 후 열리는 ‘2019 프리미어 12’에 선발될 오른손 선발감을 찾는 것부터가 여의치 않은 상태다.

두산 이영하는 지난 27일 잠실 KIA전에 선발등판해 토종 우완투수 중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올랐다. 시즌 전 보직이 4·5선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기 첫 경기에서 10승을 달성했으니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낸 셈이다. 이날 젊은 우완 선발의 대표주자인 키움 최원태도 고척 NC전에서 시즌 7승째를 거뒀다. 최원태는 이영하 다음으로 많은 승리와 낮은 평균자책(규정이닝 기준)을 기록한 토종 우완투수가 됐다.

그러나 둘의 올 시즌을 보면 ‘당장 대표로 선발해도 손색없는 투수’라고 칭하기는 조금 어렵다. 이영하의 평균자책 3.53은 지난달 1일 자신의 최다 실점 경기(수원 KT전·4이닝 13실점)를 빼면 2.55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이닝소화능력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19경기에서 109.2이닝을 소화했는데 경기당 6이닝이 채 못된다. 볼넷을 많이 허용해 매 경기 투구수가 많은 탓이 크다. 이영하는 덱 맥과이어(삼성)에 이어 볼넷 2위(53개)를 기록중이며,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은 1.13에 그쳐 선발투수들 중 가장 낮다.

최원태의 경우 부상 전력이 있어 ‘관리 모드’로 도중 휴식기를 몇차례 가지며 전반기를 치렀다. 그럼에도 올 시즌 100이닝을 던진 현재 평균자책은 4.14로 지난해 134.1이닝 동안 기록한 3.95보다도 높다. 그 외 삼진이나 볼넷, 피홈런 등의 기록은 에년과 비슷한 추세인데, 타고투저 흐름이 꺾여 투수들의 성적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에 비춰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후반기는 휴식기없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킬 에정인데, 내구성에 대한 의구심도 아직 완벽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이들 외에도 지난 시즌 기대감을 키웠던 오른손 투수들이 올해 성적은 기대에 못미친다. 지난해 15승(3패)을 거뒀던 이용찬(두산)은 리그 상위권 우완 선발로 자리잡는 듯 했지만 올 시즌 3승7패, 평균자책 4.56에 그치고 있다. 부상의 여파도 있었지만 볼넷 허용 빈도가 지난해보다 늘어나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고 있다. 최충연(삼성)은 지난해 불펜에서의 맹렬한 활약을 바탕으로 올 시즌 선발 전환을 시도했으나 단 2경기만에 불펜으로 돌아왔다. 승리없이 2패만 안고 평균자책은 8.28에 머물러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깜짝 카드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안우진(키움)도 올 시즌 경기마다 뚜렷한 기복을 보이며 평균자책이 5.15까지 올랐다. 장민재(한화), 김원중(롯데) 등 시즌 초반 출발이 좋았던 우완 선발들도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는 초반의 위력을 잇지 못하고 있다.

당장 시즌 후 치를 프리미어 12에 내보낼 오른손 선발감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나란히 10승을 돌파하면서 좌완 선발진 걱정을 여전히 덜 수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기대에 못미치는 투수들이 큰 반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김민(KT), 원태인(삼성) 등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기를 기다리는 게 앞으로 유일한 해결책이 될지도 모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