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일 대선 정책준비단을 본격 가동했다. 송영길 대표가 주도해 당 정책위원회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대선 공약을 짜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 경선이 한창이고 아직 후보들의 정책·공약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라서 일부 대선 주자 진영에서는 ‘일방적인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선 정국에서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송 대표를 언급하며 ‘자기 정치를 한다’는 불만도 새어나온다.
송 대표는 이날 대선 정책준비단 첫 회의에서 “(후보와) 충분히 합의하고 소통해서 당이 뒷받침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10월 후보자가 확정되면 그 시기에 맞게 예비공약을 완성하고 후보자와 공약 통합절차를 갖춰 실현가능성 없으면 걸러내고 비합리적인 것을 조정해 민주당 후보의 공식 공약으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과 전문가가 함께하는 100인 위원회’를 만들 방침이다. 공동단장을 맡은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정책위에서 팀제로 공약 개발을 준비할 것”이라며 “연령, 직능 등 대표성 가진 100명을 선정해 ‘공약검증 100인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국민과 함께 공약개발을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노웅래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정책위가 참여하는 의제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당이 주도하는 정책기조와 미래담론 이슈에 대한 경선 후보간 공통공약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대선 주자 진영에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한 후보 측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본 경선이 한창이고 후보별 정책·공약이 제각각 다른 데다가 아직 완전히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당이 먼저 공약을 짜겠다고 나서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당과 후보의 공약이 엇갈릴 경우 조율이 불가피한데 야권과의 본격 경쟁에서 불필요한 갈등이나 이음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후보들이 “실효성도 없고 일방적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다른 후보 측 의원은 “어차피 후보가 결정되면 후보 위주로 정책의 주도권이 넘어가게 된다”며 “준비단이 할 수 있는 일은 당의 정강·정책과의 조율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가 ‘자기정치’ 일환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다른 후보 측 한 의원은 통화에서 “준비단까지 만들어서 판을 벌린다는 건 결국 송 대표가 자신이 리드하는 대선판을 만들고 싶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송 대표가 대선 경선 일정 연기 문제부터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의 등 각종 현안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당 지도부 측 관계자는 “후보 선출 과정에서부터 당이 공약을 만들고 후보가 그걸 채택하는 과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보가 당선되도 집권하는 건 후보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정부’라는 논리다. 이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공약을 미리 후보들에게 제안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송 대표가 차기 대통령과의 ‘당·정’ 관계를 먼저 설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 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질 시간이 없어서 당선되자마다 애로점이 있었다”며 대선 과정에서부터 당·정 간 정책·공약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홍두·김상범·윤승민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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