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시절 임도헌 감독. 김기남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은 빠르지 않은 공으로도 최고의 투수가 됐습니다. 우리도 정확한 서브와 수비, 2단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임도한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 감독이 밝힌 ‘한국 배구의 방향’에서 류현진(32·LA 다저스)이 언급됐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에 비해 특출나지 않은 볼 스피드로도 다양한 공을 구석구석 정확히 제구하며 현재 리그 정상급 투수로 군림하고 있는 류현진처럼, 힘과 높이, 속도에서 세계 강호들에 밀리는 한국 남자 배구의 살 길은 ‘정확성’이라는 것이다.

임 감독은 2020 도쿄 올림픽 대륙간 예선을 앞두고 18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 선수들의 서브가 시속 120㎞라면, 우리는 100㎞ 수준”이라며 “우리는 블로킹과 리시브, 수비를 강화하는 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감독은 “경기를 치르다보면 완벽한 리시브는 전체 리시브의 40% 정도다. 상대의 강한 서브에 리시브가 부정확하더라도 이를 리바운드해 과감히 공격할 수 있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랠리 배구’로 요약된다. 강한 서브를 끈질기게 받아내는 리시브와 수비를 통해 랠리를 오래도록 이어가는 배구를 뜻한다. 한편으로 정확한 서브로 상대를 공략하고, 기복과 범실을 줄이는 배구도 임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에 포함된다. 임 감독은 “삼성화재 시절 신치용 현 선수촌장님 밑에서, 대표팀에선 김호철 전 감독님 옆에서 코치로 일하면서 한국 배구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아시아 배구가 유럽 배구보다 스피드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세계 강호를 잡으려면 수비를 강화하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현재 선수들이 예전보다 수비뿐 아니라 테크닉도 떨어져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래서 임 감독은 “삼성화재 감독 시절 들었던 소위 ‘몰빵배구’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예전에 강했던, ‘옛날 배구’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대표팀의 정지석은 “감독님이 신장이 작은데도 빠르고 조직력있던 과거 일본 남자 대표팀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며 “최근의 ‘스피드 배구’ 흐름과도 맞게, 빠른 배구를 할 수 있게 반복 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8월9~1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올림픽 대륙간 예선 대진은 만만치 않다. 미국과 벨기에, 네덜란드 역시 세계랭킹 24위에 머물러있는 한국 배구에는 버거운 상대다. 그럼에도 임 감독은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임 감독은 “강한 팀과 맞붙게 되지만 꼭 지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며 “늦어도 내년 1월 아시아 예선 때까지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강화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배구를 다듬는다면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진천|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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