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조쉬 린드블럼(32)이 전반기를 15승으로 마감했다. 1985년 김일융(삼성) 이후 34년만에 얻은 ‘전반기 15승 투수’의 영예만큼 값진 건 그가 굳건히 지킨 KBO리그 최고 투수의 지위다.
린드블럼은 이미 지난해에도 국내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다. 평균자책 1위(2.88)와 다승 2위(15승)에 올라 두산을 정규시즌 1위로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 성적은 더욱 눈부시다. 15일 현재 평균자책은 2.01에 불과해 2010년 류현진(한화) 이후 9년만의 1점대 평균자책을 노려볼만 하다. 다승뿐 아니라 탈삼진(126개)도 선두에 올라있다. 올 시즌 20차례 등판에서 단 한 번도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적이 없는데다, 6이닝 이상 투구한 경기도 17회에 이른다.
국내 리그 5년차의 경험도 린드블럼의 강점이지만, 리그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고자 떨어뜨린 공인구의 반발력이 린드블럼의 도약을 돕고 있다. 린드블럼은 국내 리그 대표적인 뜬공 투수다. 지난해 린드블럼은 뜬공 아웃 대비 땅볼 아웃 비율이 0.58이었다. 땅볼 아웃 수가 뜬공 아웃 수의 60%도 안됐다는 뜻인데,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수치가 가장 낮았다. 올 시즌도 0.72로 낮은 편이다. 브록 다익손(롯데·0.57)과 차우찬(LG·0.65) 다음 가는 여전히 낮은 수치다.
지난해 린드블럼이 두산 이적과 동시에 리그 최고의 투수로 자리매김한 데는 홈런을 내줄 우려가 적은 잠실구장의 드넓은 그라운드와 이를 든든히 지키는 두산 수비진의 덕이 컸다. 실제 린드블럼은 올 시즌 잠실구장 경기에서 16연승을 이어가며 특정 구장 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여기에 웬만큼 제대로 맞은 타구가 아니면 담장을 넘어가지 않는 새 공인구 덕에 린드블럼의 장타허용은 더욱 줄었다.
기록으로 나타난다. 린드블럼의 피장타율은 지난해 0.361에서 0.297로 크게 떨어졌다. 피장타율 감소가 리그 모든 투수들에게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3할에도 미치지 않는 린드블럼의 피장타율은 분명 인상적인 기록이다.
피장타 감소는 린드블럼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피칭을 가능케 했다. 장성호 KBS N 해설위원은 “린드블럼을 보면 공인구 반발력 저하를 일찍 깨닫고 그에 맞는 투구를 하는 것 같다”며 “장타를 맞을 위험성이 줄어들다보니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보려는 적극적인 피칭을 하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슬라이더, 스플리터, 컷패스트볼 등 완성도 높은 다양한 구종을 상황에 맞게 던지는 능력이 여전한데다 잠실구장 및 두산 수비진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져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승부하고 있다. 그 덕에 규정이닝 투수 중 가장 낮을뿐아니라, 선발투수에게서 보기 힘든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96까지 기록하고 있다. 선발로 주로 나서며 이보다 낮은 WHIP로 시즌을 마친 투수는 1986~1991년 선동열(해태)과 1985년 최동원(롯데·0.94), 1995년 이상훈(LG·0.87)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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