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역을 앞둔 김태군이 지난 10일 서산구장 실내연습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산 윤승민 기자

 

“이제 어린 투수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경찰 야구단 포수 김태군(30)은 NC의 주전급 포수로 자리잡았지만 일찍이 군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아내와 딸을 두고 입대한 김태군은 “아기가 몇 개월이 됐는지 헤아리며 군 생활 보낸 것 같다. 입대 전 14개월이었는데 어느새 34개월이 됐더라”고 했다.

올해 주전 포수에 주장을 맡았다. 호흡을 맞춘 투수들은 모두 자신보다 어렸다. 지난 10일 서산구장에서 만난 김태군은 “어린 투수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이 경찰 복무 기간 동안 가장 크게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군은 “줄줄이 프로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경찰 출신 포수’의 명맥에 대한 부담이 없던 건 아니지만, 입대하면서 기술적으로 많은 걸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다만 “1군에서는 ‘경기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지’만 바라보고 경기를 뛰었다면, 경찰에서는 상대적으로 그에 대한 부담이 덜했다”고 말했다.

김태군이 어린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새삼 느낀 것은 “그들은 좋을 때는 한없이 좋다가도 안풀릴 때는 구석으로 숨어버리기도 한다는 점”이었다. 팀 전체를 다독여야 하는 주장의 위치까지 겸한 김태군은 “어린 투수들이 경기가 안풀려 자꾸 구석으로 숨으려고 할 때, 내가 포수로서 무슨 역할을,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어느덧 서른줄에 접어들어 젊은 투수들과 호흡맞출 일이 날이 갈 수록 많아질 김태군으로서 값진 경험을 배운 셈이다. 어린 선수들이 김태군을 잘 따르기도 했다. 김태군은 “내가 선수들에게 부드럽게 다가가는 성격이 못된다. 주장이 된 뒤 ‘여긴 계급사회지만, 너희가 날 따르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했는데 모두들 잘 따라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NC 김태군이 2017년 10월1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롯데와의 3차전에서 코치들과 사인을 교환하고 있다. 창원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올해 예정된 경찰 야구단의 퓨처스리그 교류전을 모두 마친 김태군은 그간 모아둔 휴가를 써서 NC 구단 훈련에 합류할 계획이다. 열흘 정도의 휴가가 남았다고 했다. 김태군은 “(양)의지 형이 NC에 입단할 때부터 관련된 질문 많이 들었다”면서 “몸값 차이가 있는데 경쟁이 되겠느냐”고 웃었다.

그렇다고 김태군의 입지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5위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는 NC에겐 팀에서 오랫동안 주전 포수를 맡아온 김태군의 경험이 필요하다. 현재 주전 포수 양의지와 포수 마스크를 나눠쓰면서 양의지가 타격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가능해진다. 김태군은 “돌아가면 어쨌든 제 역할이 있을 것”이라면서 “전역 후 제 모습을 상상하는 게 설레기도 한다. 얼마나 더 좋은 선수가 됐는지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서산|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