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삼성 시절 최형우. 최형우는 당시 경찰청야구단을 거쳐 삼성에 재입단, 최고령 신인왕을 차지했다. 김영민 기자
10일 퓨처스(2군)리그 서산 한화전을 마지막으로 모든 공식 경기를 마감하는 경찰 야구단. 프로 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하던 선수들이 병역 문제를 해결하려 입대했다가, 야구에 눈을 뜨고 더 좋은 선수로 도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찰 야구단에서의 생활을 ‘인생 역전의 장’으로 꼽고 있다.
KIA 최형우는 그 ‘성공 신화’를 처음 이룩한 선수다. 삼성에서 2005년 방출된 뒤 경찰 야구단 1기 멤버로 합류했고, 2007년 2군 북부리그 ‘타격 7관왕’을 거쳐 2008년 삼성에 재입단해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최형우는 “그 때는 선수들 절반이 소속팀 없는 선수들이었다. 그 선수들이 2년 동안 엄청 노력했다”며 “더욱 절박했기 때문에 노력했다. 경찰 야구단이 없었으면 저는 야구를 못했을 것”이라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최형우의 성공을 필두로 각 팀의 백업급 선수들이 주전급으로 거듭났다. 경찰 복무를 마친 뒤 3할 타자로 거듭난 민병헌(롯데)은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할 수 있었다. 내가 바뀌게 된 계기”라고 추억했다. 양의지(NC)와 최재훈(한화) 등 포수 자원들의 기량향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재훈은 “돌이켜보면 경찰 야구단에서 행복했다. 코칭스태프들의 많은 도움 덕에 기량을 한껏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입대 전부터 이미 정상급 주전 선수로 분류됐던 안치홍(KIA) 역시 “그동안 해왔던 야구를 돌아보는 시간, 성적에 신경쓰지 않으면서 해보고 싶은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여타 군생활처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선수들에게 쌓였다. 2010년 말, 20세의 어린 나이에 경찰 복무를 택한 허경민(두산)은 경찰 홈구장인 벽제야구장 밑을 떠올렸다. 허경민은 “주문한 뒤 ‘달아놓고’ 결제는 나중에 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막내였던 내가 간식 요청을 취합한 뒤 슈퍼로 전화하면 가져다주시던 게 생각이 난다”고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전역한 김태진(NC)은 “지난해 경찰이 퓨처스 우승했을 때 유승안 감독님을 헹가래치고 단체사진을 찍었던 게 기억난다”고 했고, 민병헌은 “경기에 지면 군복을 입고 경기를 하기도 했다. 일종의 벌이었는데 그것도 추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임찬규(LG)도 “합류 첫 날인가, 유승안 감독님이 ‘좌로 굴러, 우로 굴러’ 기합을 주시며 ‘여기는 군대다’라고 하던 일이 기억난다. ‘군대 맞구나’ 싶었는데 끝나고 소고기 회식을 하며 풀었다”고 이야기했다. 임찬규는 경찰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터라 그 때 도와준 담당자와의 인연도 기억에 많이 남은 듯 했다. 임찬규는 “현석호 반장님이라고 계셨다. 야구 선수들 좋아해주셨고 애정도 대단하셨다. 야구장에 쌓인 눈을 다같이 치우다가 반장님과 눈싸움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며 “쉽지 않은 재활기간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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