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목한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 권유 및 출당 조치를 한 데에는 최고위원들의 강경한 견해들이 주효하게 반영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송영길 대표는 “경미한 사안은 제외하자”고 했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이 이에 반대하고 나서면서다. 이들은 대부분 부동산 민심과 내년 대선을 언급하며 ‘읍참마속’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고 결국 이 같은 의견이 지도부에서 관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전날 오전 열린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고 12명 의원 전원에 대한 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왔다”고 9일 전했다. 송 대표는 “농지법 위반 소지 등 경미한 사안은 빼는 게 어떠냐”고 물었지만 토론 과정에서 최고위원 일부의 반대에 부딪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송 대표는 최고위 회의 전에 이뤄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농지법 의혹의 경우 상대적으로 (의혹 정도의) 내용이 약한 것 같고. 기간도 오래전 것들이 섞여 있다”며 “사안별로 경중이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송 대표는 “권익위도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에 이첩한 것 자체가 확신이 없고 강제수사 권한도 없어서 한 것 아니겠나”라며 “권익위가 다행히 (형사)고발을 한 것도 없다. 여러 의혹들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위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벌금형 정도에 그치는 농지법 위반 정도는 ‘경중’을 감안해줄 필요가 있지 않냐는 의견이었지만 이는 최고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상당히 진지하게 토론을 했다”며 “그래도 고육지책, 읍참마속이라고 부를 정도의 강한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서 부동산 민심을 확인한 마당에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하지 않고 지나갈 수 없다는 논리도 나왔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말 이제는 공직자가 투기로 돈 벌어선 안 된다는 국민적 합의를 원칙으로 세우자는 차원에서 결단한 것”이라며 “본인들은 굉장히 억울해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내용도 보면 결백이 입증될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국민적 눈높이에 맞춰 공적인 조치를 한다는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송 대표가 그동안 권익위 전수조사 결과 발표 전까지 “출당 조치를 하겠다”고 계속 엄포를 놓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당 입장에서는 송 대표가 그렇게 얘기를 해왔는데 누구는 빼고 할 수가 없지 않냐는 얘기가 많았다”며 “국민들이 (의혹의) 경중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고, 결국 송 대표가 최종적으로 결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얘기가 전해지자 당내에선 내부 갈등의 조짐도 나오기 시작했다. 탈당을 권유받은 한 의원은 통화에서 “송 대표의 얘기에 최고위원들 일부가 일제히 반발하면서 ‘그렇게 일부만 봐주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당지도부가 사안의 경중을 가려내지도 않고 너무 외부 평가에만 반응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고위에선 해당 의원들의 의혹 내용에 대한 검증이나 확인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블라인드로 해당 의원들의 성함을 가린 채 자료를 보고 토의를 해서 어떤 분의 어떤 내용이 추가로 밝혀졌는지 혹은 그 전에 무혐의 처리가 됐는지 등은 정확히 확인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당 쇄신을 위한 당지도부의 고육지책에도 해당 의원 일부는 “여론만 신경 쓰면서 무더기 징계를 남발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홍두·윤승민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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