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원석(33)이 돌아왔다. 몸만 돌아온 게 아니다. 한 달 전 오른손 중지 부상을 당한 뒤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이원석은 이후 4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하며 팀 타선에 힘을 실어줬다. 25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전에는 복귀 후 첫 홈런포까지 더했다. 1-0으로 앞선 1회말 이원석이 3점 홈런을 추가하며 삼성은 4-0으로 앞섰고, 이는 11-2 대승의 밑거름이 됐다.
상대 두산은 비록 3연패를 당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두산은 삼성전 원정 7연승을, 이영하는 최근 3경기 연승을 달리던 중이었다. 이원석의 홈런은 이날 분위기를 단번에 삼성쪽으로 기울였다. 개인 통산 100호 홈런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져 더욱 뜻깊었다.
경기 후 이원석은 “투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었다. 마침 슬라이더가 실투로 들어와 돌렸는데 담장을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에서 100홈런을 채울 것이란 상상을 못했다. 이런 날이 와서 기쁘다”고 했다. 이원석은 2005년 롯데에서 데뷔한 뒤 11시즌 986경기를 뛰는 동안 통산 홈런이 53개에 그쳤다. 그러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삼성으로 이적한 직후 2017년 18홈런, 지난해 20홈런을 치며 장타력을 갖춘 타자로 거듭났다. 올해 부상으로 한달 이상을 빠졌지만, 45경기에서 친 9홈런은 여느 때보다 빠른 페이스로 기록한 것이다.
삼성에서의 3년차를 맞는 이원석에게도 ‘약속의 땅’ 포항의 기운이 깃든 듯 했다. 포항에서는 삼성의 승률(0.722·39승15패)이 높을뿐 아니라, 삼성 레전드 이승엽의 KBO리그 유일 통산 400홈런 기록도 나왔다. 이원석 역시 의미있는 홈런 기록과 팀 승리를 동시에 낚았다. 이원석은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는 못하다. 그렇지만 선수단도 주변에서 ‘포항은 약속의 땅’이라고들 하시니 자신감이 붙고, 그 자신감이 승리로 연결되다보니 포항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원석이 이끈 승리는 시기상으로도 굉장히 의미깊었다. 6위 삼성은 NC의 5위 자리를 이제 지근거리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일주일간 2위 두산-1위 SK를 순서대로 만나야 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5위 싸움에 돌입하느냐, 다시 하위권으로 떨어지느냐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이원석이 기분좋은 주중 첫 승을 이끌었다. 이날 NC는 한화에 패하며 이제 5·6위간 승차는 3경기차로 좁혀졌다. 이원석은 “이번 6연전이 중요하다는 건 저뿐 아니라 선수단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많은 승리 거두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원석 덕에 삼성이 약속의 땅에서 즐거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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