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줄 모르는 여당 내홍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 “주자 동의 없인 어려워
판단권, 당 대표에게 있다”
25일 최고위서 결정 재확인
비이재명계 “당무위 논의”

갈등 봉합돼도 ‘후유증’
송 대표 리더십도 도마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연기’라는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23일 경선을 늦출 의사가 없다며 25일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러나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당무위원회 소집’ ‘예비후보 등록 보이콧’을 준비하고 나서 당내 충돌은 다음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경선 연기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송 대표의 리더십 위기도 커지고 있다. 경선 연기 논란이 어느 쪽으로 결론 나더라도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송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책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너무 늦었지만 25일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당내 지지율) 5위 안에 드는 이재명·박용진·추미애 세 분이 현행으로 가자는 의견”이라며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경선을 연기할 수 있다는 당헌·당규의) 단서조항으로 묵살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주자들의 동의가 없으면 변경이 어렵다는 것은 연기를 주장하는 분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양승조 충남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박용진 의원(왼쪽부터)이 23일 서울 여의도 마리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양 지사의 출판기념회에서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열린 민주당의 당무위원회에서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이소영 대변인은 5선 이상민 의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당무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무위원 여러 명이 경선 일정과 관련해 최고위원회가 신속하게 결정해달라는 부탁과 요청의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가 25일 최고위에서 ‘경선 연기 불가’를 결정한다면 당내 반발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계 의원들은 다음주 열리는 당무위원회에 ‘경선 연기 논의’를 긴급 안건으로 부칠 계획이다. 일부 대선 주자는 후보자 예비 등록에 나서지 않겠다며 반발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비이재명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특정 진영에 속하지 않은 다수의 의원들이 당무위원회 논의를 요구했다”며 “당 지도부가 이를 거슬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극단적 대립 상황이 이어지자 송 대표의 리더십도 도마에 올랐다. 비이재명계 측 한 의원은 “경선 연기 주장이 공식화된 5월 초부터 이 같은 상황은 일정 부분 예견됐다”며 “어느 한쪽 진영이 피를 보는 상황을 만들었어야 했나”라고 말했다. 이재명계 측 의원도 “경선 연기는 진작 정리했어야 할 문제”라며 “왜 이렇게 친문재인계 눈치를 보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도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날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대표를 왜 뽑았느냐. ‘상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권은 당대표와 지도부에 있는 것”이라며 “그것조차 당무위원회에 있다고 하면 당대표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당 안팎에서는 후유증 우려도 나온다. 경선 연기 문제가 풀리지 않고 갈등 상황이 계속되면 최종 후보가 결정되고 나서도 당의 역량을 최종 후보에게 쏟아붓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갈등이 길어질수록 화학적 결합은 어렵고, 대선 승리도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곽희양·윤승민 기자 huiyang@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