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김희진이 19일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 여자부 5주차 일본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배구연맹 제공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을 맞이한 이후, 한국 배구가 세계 배구의 최신 흐름을 배울 수 있으리란 기대가 많았다. 

라바리니 감독 부임 후 처음 치르는 공식 대회인 2019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라바리니 감독이 추구하는 ‘토털 배구’에 조금씩 적응해가는 듯 했다. 

지난 19일 보령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5주차 경기에서 한국이 3-0 승리를 거두면서 가장 뚜렷하게 보인 변화는 주포 김연경(엑자시바시)에 공격이 쏠리는 현상이 완화됐다는 점이다. 이날 김연경이 여전히 23득점으로 팀내 최다 득점을 올렸지만 김희진(IBK기업은행)도 21점으로 뒤를 받쳤다. 공격시도 역시 김연경이 46회로 가장 많았지만 김희진도 36회를 기록해 크게 밀리지 않았다. 

김연경은 경기 후 “감독님이 라이트의 점유율을 많이 끌어올리려고 하신다”고 설명했다. 이는 토털 배구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한국이 공격을 여전히 해결사 김연경에게 집중한다면, 공이 우리 진영으로 넘어왔을 때 ‘선수단 전원이 공격할 준비가 돼야 하는’ 토털 배구를 구현하기 어렵다. 

주장 김연경은 VNL을 치른 대표팀 어린 선수들, 특히 센터와 세터들이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다고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대표팀 훈련을 처음 지도할 때부터 세터와 센터의 다양한 플레이 패턴을 강조해왔다. 김연경은 “예전에 비해 선수들이 보다 훈련과 경기 준비에 집중적으로 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대표팀을 이끌어 나가야 할 세터 이다영(현대건설)에 대해서도 “감독님의 주문을 더 많이 알아듣는게 보이고 스스로 생각해서하는 플레이도 늘었다”며 “토스의 정확도도 높아졌다. 많이 노력하고 있는게 보인다”고 했다.

다만 사령탑 라바리니 감독은 아직 성에 차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 같았다. 라이트 김희진에 대해서는 “라이트는 공격과 서브를 언제나 강하게 해야 한다. 어렵게 올라오는 공도 무조건 공격을 해야한다”며 “김희진이 라이트로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좋은 라이트를 키우려면 외인에게 라이트를 맡기는 리그 전반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아쉬움도 함께 드러냈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일전 승리는 선수들이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라면서도 “아직은 우리 팀이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VNL을 마치면 대표팀은 7월 초 소집돼 8월 초 열리는 올림픽 대륙간 예선까지 한 달 정도 훈련하며 호흡을 맞출 기회가 생긴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 달 동안 선수들의 기량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나도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며 농담으로 대꾸한 뒤 “아직 성장해야 할 부분은 많지만 성장속도가 어느 순간 빨라질 수 있으리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