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0일][월드컵]'파라오' 살라흐도 막지 못한 러시아의 2연승

이집트의 무함마드 살라흐가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러시아전 도중 상대 수비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 AP연합뉴스

‘파라오’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도 이집트를 구원하지 못했다. 2018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가 다시 한 번 다득점을 선보이며 2연승을 달렸다.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A조 경기에서 러시아가 이집트를 3-1로 꺾었다.

지난 15일 우루과이전에서 결장했던 살라흐는 이날 월드컵 데뷔전에서 존재감을 마음껏 뽐냈다. 직접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돌파하거나 공격수들을 향해 공을 찔러 넣었다. 직접 페널티 지역 안에서 공을 받아서는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날카로운 슈팅을 몇 차례 날렸다. 살라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이집트의 전력이 달라진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집트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전반이 0-0으로 끝났다. 그리고 맞이한 후반,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진 득점에 기세를 잡은 건 러시아였다.

후반 2분, 러시아의 로만 조브닌(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이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슛을 날렸다. 슛은 한 차례 바운드 되며 다소 힘 없이 골문앞까지 향했다. 그 때 러시아의 원톱 아르튬 주바(아르세날 툴라)와 몸싸움 중이던 아흐메드 파트히(알 아흘리 카이로)의 몸에 맞고 그대로 자책골로 연결됐다.

후반 14분 추가골은 연계 플레이를 통해 뽑아냈다. 원톱 주바가 오른쪽으로 길게 빼준 공을 알렉산드르 사메도프(스파르타크 모스크바)가 페널티 지역으로 낮게 깔아 패스했다. 오른쪽 백 마리오 페르난데스(CSKA 모스크바)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공을 잡고, 수비를 앞에 두고 골문 앞으로 꺾어 보내자 데니스 체리셰프(비야레알)가 왼발로 툭 밀어넣었다. 이집트 수비 2명이 슈팅을 막기 위해 태클을 걸었지만 소용 없었다.

2-0의 감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러시아는 한 골을 더 넣었다. 후반 17분. 러시아 진영에서 길게 걷어올린 공을 원톱 주바가 트래핑에 이어 오른발 슛으로 연결시켰다. 점수는 순식간에 3-0.

이집트의 만회골은 후반 28분이 돼서야 나왔다. 살라흐가 상대 페널티 지역 외곽에서 파고드는 순간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 지역 밖에서의 반칙으로 보고 프리킥을 선언했지만,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심판들은 반칙이 페널티 지역 안에서 이뤄졌다고 봤다. 살라흐는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프(CSKA 모스크바)가 손쓸 수 없는 오른쪽 구속으로 강하게 차 넣어 3-1로 추격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추격은 없었다.

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5-0 대승을 거둔 러시아가 이집트를 상대로도 대승을 거뒀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개팀 중 가장 먼저 2연승에 성공하며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반면 이집트는 두 경기에서 승점을 한 점도 따내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조별리그 A조 다음 경기에서 우루과이가 사우디에 이기거나 비기기면 이집트의 16강 진출은 좌절된다. 사우디가 우루과이를 잡더라도, 이집트는 세번째 경기에서 사우디를 이긴 뒤 러시아가 우루과이를 이기길 기다리고 골득실까지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