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시, 서울에서>

넷플릭스 영화 <다시, 서울에서> 포스터. IMDb 홈페이지 캡처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해외에서 한국 문화 위상이 높아졌다고들 하죠. 고궁이 많은 서울 도심에서 외국인을 보는 일도 이젠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에서의 일상을 외국인들이 신기해할 때 문득 궁금해집니다. 외국인들은 한국과, 한국에서의 삶을 어떻게 생각할까.

넷플릭스 영화 <다시, 서울에서>에 눈길이 간 건 그 때문이었습니다. 인도·한국 합작이긴 하지만 인도 출신 라 카르틱이 극본을 쓰고 감독을 한 타밀어 영화입니다. 인도 동남부 타밀나두에서 온 주인공이 등장해 한국의 서울을 찾아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인도에서 생각하는 한국, 그리고 서울의 모습이 영화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이 ‘서울을 전면에 내세운 인도 영화’는 넷플릭스 공식사이트 투둠에서 집계한 지난 3월 2주차(9~15일)와 3주차(16~22일)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영화’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인도 타밀나두의 시골 콜라팔루르에서 자란 ‘셴바’(프리얀카 모한)는 어린 시절 학교 연극에서 ‘셴바발람 공주’를 연기한 게 계기가 돼 한국에 큰 관심을 두게 됩니다. 여기에서 셴바발람은 한국 설화의 ‘허황옥’에 대응되는 인물입니다. 금관가야의 초대 국왕인 수로왕이 인도 아유타야에서 온 허황옥과 결혼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나옵니다. 인도에서는 허황옥을 셴바발람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허황옥이 실존 인물인지, 실제 인도에서 왔는지 등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감독은 셴바발람 덕에 한국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하네요.

넷플릭스 영화 <다시, 서울에서> 주인공 ‘셴바’(프리얀카 모한)는 한국행을 원했지만 갑작스럽게 한국 땅을 밟게 된다. IMDb 홈페이지 캡처

 

셴바는 한국행을 꿈꾸지만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셴바의 결혼을 원하면서도 셴바의 남자친구 ‘마니’(리시칸트)는 탐탁지 않게 여겼어요. 셴바는 한국에서 일자리와 관련 비자를 취득해 두었다는 마니의 말을 듣고 함께 고향을 떠납니다. 그런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건 셴바 혼자뿐이었습니다. 마니는 친구와 사업을 하겠다며 뭄바이로 가버렸거든요.

설상가상, 서울에 셴바가 취직한 줄 알았던 회사도 실체가 없습니다. 절망하며 한국 식당에서 냅다 안주 없이 소맥부터 말아먹던 셴바는 우연히 여행 유튜버 ‘허준재’(백시훈)를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한 할머니의 간병인이 됩니다. 그렇게 할머니 ‘연옥’(박혜진)을 돌보게 된 셴바는 중병에 든 줄 알았던 연옥이 사실은 ‘몸져 누운 척’ 연기만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후 셴바와 연옥은 절친이 됩니다. 연옥의 간병을 부탁했던 아들 부부가 직장에서 귀가하기 전까지, 연옥과 셴바는 자유롭게 밖을 쏘다닙니다. 연옥은 셴바에게 젊은 시절 식당을 했던 이야기와, 남편이 죽자 아들이 식당을 그만두고 손자를 돌보라고 부탁했다는 말, 그 이후 스스로 꾀병 환자가 되기로 했다는 말을 전합니다. 셴바는 연옥에게 식당을 차리자고 제안합니다. 셴바의 부모님도 고향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셴바가 새로 차린 식당은 한국과 인도의 퓨전 요리인 ‘인도 김치볶음밥’으로 유명해집니다. 셴바는 서울에서 새로 친해진 음악인 친구들에게 K팝에 타밀어 가사가 들어간 유튜브 영상을 찍자고 제안하고, 친구들은 그 덕에 유명 음반 레이블로부터 연락도 받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다시, 서울에서> 속 ‘셴바’(프리얀카 모한)와 ‘연옥’(박혜진)이 함께 한국의 관광지를 다닌다. IMDb 홈페이지 캡처

 

사실 영화는 개연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다만 허황옥 설화에서 출발해 인도 여성과 한국 할머니의 만남과 의기투합, 한국과 인도와의 융합을 여러 차례 보여줍니다. 북촌 한옥마을과 경복궁, 롯데월드와 남산에 한국의 찜질방, 시장에서 군것질거리를 파는 노점 등 서울의 명소도 등장합니다.

특히 청계천은 셴바가 자주 들르고 연옥에게 식당 창업을 제안하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서울 여행객들이 들를만한 장소들이 소개되는 셈이죠. 인물들은 허황옥이 묻혔다고 전해진 경남 김해 수로왕비릉에도 방문합니다. 연옥의 집은 꽤 큰 한옥인데요, 오히려 서울에 살면 잘 보지 못하는 형태의 집입니다.

K팝도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음악을 하던 친구들은 바이올린과 기타, 드럼을 주로 치는 친구들인데 영화 속 K팝 노래에 맞춰 춤을 능숙하게 추고 유튜브 영상이나 뮤직비디오를 만듭니다. 셴바는 인도에서부터 K팝이나 <Mr. 플랑크톤> 같은 드라마를 즐겨봤기 한국 문화도 잘 아는 듯합니다.

흔히 인도 영화에서 떠올리는 ‘갑자기 다 함께 대형을 갖추고 춤추는 장면’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영화 중간중간 인도 노래가 나오고 한국어 자막으로 노래의 가사 번역본이 표시됩니다.

전개가 갑작스럽긴 하지만, 노인 여성과 외국인 여성의 연대 같은 소재가 (인도 감독 입장에서의)외국에서 펼쳐지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인도를 포함한 해외에서 한국과 서울의 어떤 면모를 주목하고 있는지도 알게 됩니다. 한국 정부도 이를 의식한 것일까요. 주연 배우 프리얀카 모한은 지난 1일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됐습니다. 서울숲과 통인시장, 경주 솔거미술관·우양미술관을 직접 방문했다고 합니다. 해외에, 특히 인도에서 한국을 향한 관심이 어디까지 늘어나게 될지도 궁금해집니다.

넷플릭스 영화 <다시, 서울에서>의 주연 프리얀카 모한(왼쪽)은 최근 한국관광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