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미로를 걷는 사람들
다샤 키퍼 지음 | 노승영 옮김
문학동네 | 288쪽 | 1만8000원

피터 하월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79세 어머니 메리를 부양했다. 메리는 젊은 시절 존경받는 언론인이자 광고업계의 스타였다. 환자가 된 메리는 피터와 실랑이를 벌이다 쏘아붙였다. “넌 실패작이야, 한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난 업적을 이뤘다고.” 피터는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픈 충동을 느꼈다. 곧 추슬렀지만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임상심리학 박사과정 중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간병하다 환자와 보호자의 관계에 관심을 두게 된 저자는 “보호자는 환자가 아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스스로 보기에도 역효과를 내는 행동을 하고 만다”며 “뻔한 조언이나 위로의 교훈을 건네기보다는 불통의 원인을 규명하여 보호자의 부정, 분노, 좌절, 무력감을 정상적 반응으로 규정하고자” 책을 썼다고 했다.
책은 피터처럼 치매 환자를 돌보다 폭발하는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행동의 원인도 설명한다. 알츠하이머병은 환자의 이성을 손상하지만, 환자의 모든 기억을 앗아가는 건 아니다. 메리가 젊었을 때 하던 농담 같은 악담을 치매에 걸린 뒤에도 아들에게 할 수 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인간은 상대의 의도를 알아내려는 성향이 있다. 환자가 별 의도 없이 하는 행동에도 보호자는 자연스레 그 의도를 추정하려 하고, 환자의 행동과 말에 상처받는다. 보호자가 환자의 의도를 알려 하지 않으면 편해질까. 저자는 “의도를 지각하지 않으면 사회적 추론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꺼져 사람들을 마음을 가진 존재로 보지 않는다”며 “그들에게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박탈한다. ‘비인간화’의 신경학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그들(보호자)의 분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불가능한 이상에 도달하지 못해 찍힌 낙인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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