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성 김한수 감독은 “필승조는 괜찮은데…”라는 말을 달고 산다. 타선과 선발진이 부진해 팀이 최하위로 처진 상황에서 불펜은 김 감독에게 거의 유일한 위안거리다.
삼성의 필승조는 마무리 장필준과 마무리 경험이 있는 심창민, 고졸 2년차 최충연이 주축이다. 장필준은 부상으로 열흘 정도 시즌 합류가 늦었지만 4세이브·평균자책점 2.00을 기록중이다. 심창민의 성적은 1승·2세이브·3홀드에 평균자책점 3.20, 최충연은 1승2패·2홀드·평균자책점 2.66이다.
이들이 주로 던지는 1~3점차 리드 상황에서 삼성 불펜 성적은 나쁘지 않다. 3일 경기 전 기준 1~3점 리드시 구원투수 팀 평균자책점을 보면 삼성이 2.43으로 1위다. 젊은 투수들의 분전으로 경기 후반 접전 상황에서 승리를 챙겨 온 선두 두산(2.73)보다 더 좋다. 투구이닝 수가 적은 것도 아니다. 한화의 35이닝에 이은 두번째로 많은 이닝(33.1이닝)을 소화했다.
동점 상황에서의 삼성 구원투수의 성적도 나쁘지 않다. 평균자책점이 3.54로 넥센(3.21)에 이어 2위다. 투구이닝도 20.1이닝으로 가장 많은데도 삼진이 25개로 1위,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38로 한화(1.31)에 이은 2위다.
지난 2일 경기에서 삼성은 경기 내내 리드를 잡지 못했지만 필승조의 저력만큼은 확인했다. 최충연이 5회초 2사 2·3루 상황에서 선발 윤성환을 구원등판해 투수 땅볼로 막아 급한 불을 껐다. 이후 2이닝 동안 안타 1개만 내줬을 뿐 삼진을 3개 잡아내며 SK 타선을 봉쇄했다. 9회초 심창민이 2점을 내준 대목은 아쉬웠지만, 앞서 8회초 시즌 첫 등판을 한 우규민도 옆구리에서 나오는 140㎞ 초반대의 속구를 앞세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경기는 삼성이 4-7로 졌지만, 선발진이 내려간 6회부터는 매 이닝 위기를 맞았던 SK 불펜과 달리 삼성 불펜은 6~8회에는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내지 않으며 상대 강타선을 막아냈다.
우규민의 합류는 삼성 필승조에 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리 통증으로 인해 긴 이닝을 던질 수 없어 일단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지만, 선발자원인 우규민은 2007년 30세이브를 거둬 구원왕에 오른 경험이 있다. 선발이 5~6이닝을 잘막아 리드를 안은채 필승조에게 마운드를 넘겨주면 승리를 따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문제는 리드를 어떻게 잡느냐다. 삼성의 팀 타율은 2할7푼1리로 8위, 팀 득점(143점)과 타점(131점)은 9위에 머물러 있다. 선발 평균자책점이 6.01로 가장 높은 탓에 팀 전체 평균자책점 역시 5.58로 최하위다. 1군 엔트리에 든 선발자원 중 백정현의 평균자책점(5.11)이 가장 낮을 정도다. 이달 선발 양창섭과 중심타자 구자욱이 돌아와도 삼성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필승조는 좋다’는 김 감독의 한숨이 더 깊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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