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잘 해 본적이 없어서…”
LG 채은성(28)이 스스로를 가리켜 한 이 말은 반쯤 맞고 반은 틀리다. 채은성은 고등학교 때까지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태극마크를 달아본 적도 없고, 신인드래프트 지명도 받지 못해 2009년 육성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후에도 당장 낸 성적이 없어 군 복무도 상무·경찰 야구단이 아닌 의장대에서 마쳤다. 채은성이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쳤던 2014년 그는 프로 6년차 선수였다.
2014년을 기점으로 채은성은 자신의 이름을 서서히 각인시켰고, 2016년 3할이 넘는 타율(0.313)에 9홈런·81타점으로 생애 최고 활약을 펼쳤다. 그렇게 LG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하는듯 했지만 다음해 부진에 빠졌다. 타율은 5푼 가까이 떨어졌고(0.267), 2홈런·35타점 역시 한 팀의 주전 외야수가 받을 성적은 아니었다. ‘양아들’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까지 따라붙었다.
한 해 반짝했던 선수로 그칠 수도 있었던 채은성은 올해 달라졌다. 지난주에는 이대호(롯데), 최주환(두산), 제이미 로맥(SK) 등을 제치고 타점 선두에도 올랐다. 지난 27일 5타점을 올린 이대호에게 다시 선두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MBC 시절부터 타점왕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LG가 타점 선두에 선수 이름을 올린 건 특별한 일이었다. 타점만 많아진 게 아니다. 홈런 개수는 이미 2016년의 개인 최다 기록(9개)과 이미 동률을 이뤘다. 29일 경기 전까지 홈·원정 똑같이 101타수를 기록한 가운데 드넓은 잠실구장 홈경기 홈런 수(5개)가 원정보다 많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949, 득점권 타율은 3할2푼9리로 모두 김현수에 이은 팀 내 2위다.
채은성은 잠시동안 오른 타점 1위는 “찬스 상황이 내 앞에서 많이 주어졌을뿐”이라며 ‘그저 지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채은성에게 변화가 있던 건 확실하다. 그는 “지난해에는 2016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욕심도 내봤지만 결과는 더 나빴다”고 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때는 자신의 타격 이론을 정립하는 데 중점을 뒀다. 채은성은 자신이 몸통 회전이나 배트 스피드가 빠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중심 이동에 신경쓰며 빠른 타이밍에 공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코치님들 도움이 컸다”고 했다.
경쟁자에 신경쓰기 보다는 자신이 할 일에 집중하는 성격도 도움이 됐다. 김현수가 자유계약선수(FA)로 합류하며 LG 외야진에는 경쟁 구도가 펼쳐졌지만 채은성은 “어차피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며 “다른 선수는 신경 쓰지 않는다. 기회는 잘하는 선수에게 가기 마련이고, 그저 ‘내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그렇게 출전 기회를 잡았고, 류중일 감독의 믿음 속에 붙박이 우익수로 나서고 있다. 오히려 김현수로부터 경기 전부터 많은 조언을 듣고 경기 전 루틴을 익히며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현수 형뿐 아니라 여러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얻으며 팀 타선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강한 마운드에 비해 부진했던 팀 타선 탓에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던 LG는 29일 경기 전 기준으로 팀 타율 2위(0.297)에 올라있다.
한동안 중심 타선에서 빠져있던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돌아오면 LG 타선에도 변화가 생기겠지만, 위치가 달라지더라도 채은성의 입지는 당장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류중일 감독은 “가르시아가 돌아오면 이천웅과 양석환을 컨디션에 따라 번갈아 기용할 것”이라며 “김현수의 수비 위치가 어느 선수가 나오느냐에 따라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채은성은 응원가의 가사처럼 ‘주인공’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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