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의 멸종
크리스틴 로젠 지음 | 이영래 옮김
어크로스 | 364쪽 | 1만9800원
사회가 양극화됐다는 데는 다들 이견이 없다. 그 원인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을 지목한다. 저자는 원인을 하나 더 꼽는다. “기다릴 줄 아는 문화에서는 힘을 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 쉽다.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방식은 민주주의와는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정류장이나 음식점 앞에서 줄을 서더라도 스마트폰의 끊임없는 자극 덕에 ‘지루한 기다림’은 없다. 반면 스마트폰 탓에 현대인은 주의력과 인내심을 잃는다. 창의성을 기르기 어렵고, 숙고하기보다 반응하면서 민주적 절차와도 멀어진다.

저자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직접 경험을 잃어가는 문제를 짚는다. 사람들은 서로 대면하며 상대의 말투와 어조 등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신뢰감을 쌓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면 접촉이 줄고 신뢰는 줄어든다. 폭력적인 게임을 하면 폭력적인 행동이 늘어난다는 통념은 맞지 않지만, 공감 능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관광지나 전시회에서 사진을 남기기는 더 쉬워졌지만, 눈으로 볼 때의 감흥을 기억해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스마트폰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항상 연결돼 있지만, 정작 눈앞에 벌어지는 사건·사고에는 무관심한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일상에 가깝다.
정보기술(IT) 기반 기업들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기술 발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므로 ‘경험의 멸종’ 속도는 빨라질 공산이 크다. 저자는 “더 강력한 AI(인공지능) 기술은 현실과 비현실, 가상과 실제를 구분하는 능력을 더 왜곡할 것”이라며 “기술에 대한 접근에서는 아미시(Amish)가 돼야 한다”고 했다. 19세기의 농촌 생활을 현대까지 유지하는 미국의 종교 공동체 아미시처럼, 새로운 기술이 우리의 삶에 끼칠 악영향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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