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회로 넘어간 ‘장관 후보 3인의 운명’

여야 원내대표, 두 번 만남에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11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재로 회동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임명 강행 움직임에 재·보선 이후 ‘쇄신’ 구호 퇴색 우려
지도부, 14일 대통령과 회동…야 “의회 폭주 역풍” 경고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형욱 국토교통부·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면서 청문 정국이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뜻을 보이면서 4·7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민심’과 ‘쇄신’을 외친 여권은 ‘오만·독선’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공을 다시 넘겨받게 된 더불어민주당으로선 고민이 커지고 있다. 관건은 장관 후보자 3명뿐 아니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적격 의견을 표한 국민의힘을 재송부 시한인 오는 14일까지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청와대가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해 모두 ‘재송부’ 요청을 결정한 데는 임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김 총리 후보자와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까지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야권에 주도권을 뺏길 수 없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다만 장관 후보자 3명의 거취 문제는 김 총리 후보자 비준 등의 문제까지 얽혀 있는 만큼 여야가 절충점을 찾아달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민주당으로선 다시 공을 받아들게 됐다. 앞서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인 지난 10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거쳐 “세 후보자에 대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 등의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4·7 재·보선 패배 이후 당과 청와대가 쇄신의 움직임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자 1~2명이 낙마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당내 의견이 많았음에도 청와대로 결정권을 넘긴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내면서 민주당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여권의 ‘쇄신’ 구호 의미가 퇴색되고 결정권만 당에 넘어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세 장관 후보자와 함께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동시에 반대하고 있는데, 강경 기조를 이어나가는 청와대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여당은 야당과의 협상에서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

그렇다고 청와대 의중대로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민주당에도 부담이다. 국민의힘도 여당이 장관 및 총리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것이 여론전에서 유리하다고 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이 강행 처리를 하면 ‘의회 폭주’에 대한 역풍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청와대나 당 지도부가 일부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이 송영길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는 “재·보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300여일 남은 대선을 위해 혁신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국민들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민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주류 중진인 이상민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두 분의 장관 임명 반대를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두 대표는 합당한 조치를 행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결국 고차방정식을 풀 수 있는 민주당의 협상력이 중요해졌다. 민주당이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와 장관 후보자 거취 문제에 대해 논의하며 묘안을 끌어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김 총리 후보자 임명을 위한 카드를 야당에 내야 한다. 민주당이 장관 후보자 한 명을 낙마시키고 협상에 임한다면 국민의힘도 김 총리 임명을 반대할 명분이 약해진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과 송 대표 등 민주당 신임 지도부는 재송부 요청 시한인 14일 간담회를 갖는다. 상견례 자리지만 이때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최종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승민·박순봉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