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임병욱.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키움 임병욱(24)은 싸늘했던 3월의 부진을 지워내고 있다. 지난달 2일 분풀이로 배트를 바닥에 내리치다 튄 파편에 손가락 부상을 당했을 때 임병욱의 타율은 0.167. 어느덧 임병욱의 타율은 지난 15일 현재 0.289로 올랐다. 지난달 4월26일 1군 복귀 이후 타율만 따지면 0.350에 이른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선보였던 쾌조의 타격감이 되살아났다.
임병욱이 오프시즌 미국 재야의 유명 타격코치 더그 래타에게 찾아가 받은 타격 강습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러나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임병욱은 “래타 코치의 강습 때문에 못쳤다는 건 핑계다. 내가 서툴러서 결과가 좋지 않았을뿐”이라며 “래타 코치는 자신만의 교수법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을 강요하기 보다는 권유하는 식으로 가르쳤다. 강습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자신의 최고 성적(타율 0.293, 13홈런)을 기록하고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한 임병욱은 래타 코치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었을까. 임병욱은 “‘특정한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임한 것은 아니었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병욱은 “부모님께서 평소에 ‘많이 배울 수록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도 일단은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익히면 기존의 좋았던 감각을 잃는 것 아닐까’하는 두려움도 마음 한켠에 있었지만 임병욱은 과감히 도전을 택했다. 올 초 키움에서 래타 코치 강습을 받은건 임병욱 뿐이었다.
래타 코치의 가르침이 임병욱의 타격을 많이 바꿔놓은 것은 아니다. 임병욱은 “전보다 방망이를 잡는 위치가 조금 낮아진 정도”라고 말했다. 공의 아랫부분을 맞춰 타구를 높이 띄우기 위한 래타 코치의 이론과 맥이 통한다. 다만 임병욱은 상황에 따라 타구를 정확히 맞추는 타격도 잘 선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수원 KT전 결승타가 된, 8회초 2사 2·3루에서 3-유간을 빠르게 꿰뚫는 안타는 그런 타격에서 나왔다.
결국 임병욱이 더한 것은 타격 기술이라기 보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임병욱은 “그간 자신을 더 몰아붙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의 성적에 만족하면 안된다고 여겼고 겨우내 준비를 많이 했디”며 “그러나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안좋은 모습이 계속 나왔다”고 했다. 그렇게 부상을 당하고 2군으로 내려간 뒤, 임병욱은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웠다. 자책은 했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임병욱은 또다른 배움의 길이 생기면 다시 찾을 생각이다. 임병욱은 “올 시즌이 끝난 뒤에라도, 내가 야구를 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팀 밖에 있다면 언제든 어디든 찾아가고 싶다”며 “야구를 배우면 배울수록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되고, ‘내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질책받는 것이 싫다. 그래서 더 열심히, 성실히, 그리고 부상없이 야구하려 한다. 그러면 좋은 결과 나올 것으로 믿는다”며 각오도 함께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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