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15일. 두산 김재환이 잠실 SK전에서 9회말 끝내기 2점 홈런을 친 뒤 선수단과 하이파이브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지난해 5월14일. 프로야구 SK와 두산은 나란히 26승14패를 거둬 2018시즌 공동 선두를 이뤘다. 그 전해까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두산의 독주가 예상됐지만 SK는 여전한 일발장타 홈런포에 출루 능력이 더해진 타선의 힘을 앞세워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SK는 다음날부터 열릴 두산과의 잠실 3연전에서 단독 선두 등극을 노려볼 수 있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SK는 그해 4월 문학에서 열렸던 두산과의 시즌 첫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마쳤다. 반면 두산은 SK와의 5월 맞대결을 앞두고 3연패에 빠져 하락세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게 SK의 기대와 반대로 흘렀다. 3연전 중 비 때문에 열리지 않은 17일 마지막 경기를 빼고 15·16일 두산은 SK를 연거푸 꺾었다. SK 입장에선 두 차례 패배가 모두 뼈아픈 패배였다. 첫 경기에선 3-3 동점이던 9회초 1점을 내고 앞서 승기를 잡았으나, 9회말 당시 SK 마무리 박정배가 첫 두 타자를 아웃처리한 뒤 연속안타로 동점을 허용했고 김재환에게 끝내기 2점 홈런을 맞아 역전패 당했다. 그 때까지 시즌 9세이브를 올렸던 박정배는 이후 더 이상 세이브를 올리지 못했고, SK는 포스트시즌 전까지 마무리 고민에 시달렸다.

16일에는 당시 한국 데뷔 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SK 외인 선발 앙헬 산체스가 무너졌다. 산체스는 SK가 2-0으로 앞선 2회말 수비 때 1사 후 3루타와 홈런 포함 연속 4안타를 맞고 순식간에 4점을 내줬다. 두산은 당시만해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이영하를 선발로 냈으나 SK 타자들은 삼진 6개를 헌납했고 SK는 3-5로 졌다. 광속구를 자랑하던 산체스는 이날 시즌 첫 패를 안았고 이후 시즌을 치르면서 기복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교롭게 SK는 두산에게 2연패를 당한 후, 그해 다시는 공동 선두에 오르지 못했다. 두산의 독주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SK는 이때부터 전력의 불안함을 노출하며 한화·LG 등과 함께 2위 자리를 놓고 겨루는 처지가 됐다. SK가 끝내 2위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우승하고서야 5월 맞대결의 상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아물었다.

공교롭게 1년 뒤, 전년과 비슷한 시기에 ‘2강’으로 분류된 두산과 SK가 만났다. 마침 두 팀은 16일 현재 승차없는 1위(SK·30승14패1무)와 2위(두산·31승15패)인 상태에서 대결을 시작하게 됐다. 물론 지난해처럼 정규시즌 2위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환희를 맛볼 수도 있지만, 여전히 KBO리그 한국시리즈는 정규시즌 1위로 선착하는 팀에게 조금 더 유리하다. SK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는 통합우승의 위업을 바라고 있고, 두산은 올해 다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지난해 한국시리즈의 석패를 설욕하고픈 의지가 크다. 다시 찾아온 5월 맞대결을 두 팀이 허투루 치를 수 없는 이유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