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박병호. 이석우 기자

 

키움 박병호(33)는 한국에서 가장 찬사 받는 야구선수 중 하나다. 그가 한국 최고 타자 반열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지독히 풀리지 않던 인고의 시간도 꽤 오래 전 일이 됐다.

최근 고척스카이돔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난 박병호는 “아무래도 LG 시절, 2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도 1군에서 주눅들고 자신감이 떨어졌던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성남고 재학시절 4연타석 홈런을 치며 LG에 2005년 1차 지명 선수로 입단했던 박병호는 데뷔 첫 해 개막전부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등 큰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박병호는 “두산과의 시즌 개막전에 선발로 나왔다. 첫 타석에 볼넷을 얻었다”며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해 냈다. 그러나 박병호의 자리는 곧 2군으로 바뀌었다. 2군을 호령하다 1군에 오르고, 부진해 다시 2군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수년간 반복됐다.

이후 극적 반전이 이뤄진다. 2011년 트레이드 마감시한 히어로즈로 트레이드 됐고, 박병호의 야구 인생은 바뀌었다.

박병호는 “그동안 너무 많이 이야기해 모두가 알 테지만, 당시 김시진 감독님이 ‘지금의 스윙이라면 삼진을 200번 당해도 괜찮다’고 하신 말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후 2012년 홈런왕과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고, 2013년에는 히어로즈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자 자신의 프로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며 자신의야구 인생에도 큰 변화를 몰고왔다.

지난해까지의 프로선수 생활 14년 중 어둠 속에서의 7년과 빛을 본 7년이 완벽히 갈린다.

그럼에도 박병호는 “‘처음부터 야구를 잘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이라도 잘하고 있는 게 어딘가’ 싶다”고 말했다. 그라운드에서 활약하지 못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배웠던 많은 것들이 지금의 박병호를 만들었다. 박병호는 “커리어를 늦게부터 쌓았지만 그 전 기간에 연습도 많이 했다. 안 풀릴 수록 운동을 더 하며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실력이 출중한 선배들과 외인 선수들을 많이 만난 것도 도움이 됐다. 박병호는 “LG에서는 이병규, 박용택 선배와 외인 타자 페타지니를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며 “히어로즈에서는 나이트와 밴헤켄이 휴식일에도 루틴대로 몸관리를 하는 모습, 로티노가 포수까지도 준비하며 외인 타자임에도 살아남기 위해 절실하게 임하는 모습을 인상깊게 지켜봤다”고 했다.

어렵게 지내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만 박병호는 “야구할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포스트시즌에도 많이 올라봤고 결정적인 홈런도 쳐봤지만 항상 해피엔딩은 아니었다”며 우승을 향한 갈망도 함께 드러냈다. 박병호는 14일 현재 타율 3위(0.355), 홈런 1위(11개)에 올라 키움의 상위권 안착을 이끌며 우승을 향한 열망을 현실로 옮겨가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