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자들에게 사상 처음 최고 수준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급락한 원유 가격이 곧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투자자들이 WTI 선물 ETN에 몰리자 상품 가치가 과대평가됐고, 그만큼 손실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9일 “레버리지 WTI 선물 ETN의 지표가치와 시장가격 간의 괴리율이 이례적으로 폭등했는데도 유가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대거 몰렸다”며 “금감원이 소비자경보 제도를 2012년 6월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최고 등급인 ‘위험’ 수준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게 됐다”고 밝혔다.
3개월 전만해도 배럴당 60달러에 육박했던 WTI 가격은 최근 배럴당 20달러선까지 급락했다. 그러자 WTI 가격과 연동된 ETN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원유 가격이 곧 상승하게 된다면, WTI 가격과 연동된 ETN에 투자했을 때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위험부담이 크지만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레버리지 ETN에 몰리는 돈도 많았다. 문제는 그러면서 ETN의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와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지난 8일 종가 기준 WTI 레버리지 ETN 중 삼성증권 상품의 괴리율이 95.4%, 신한금융투자 상품은 75.9%, NH투자증권 상품은 73.4%, 미래에셋대우 상품은 35.6%에 달한다고 전했다. 괴리율은 ETN의 실질가치와 시장가치의 격차를 뜻하는 지표로, 괴리율이 크면 ETN이 과대평가됐다는 뜻이다.
현재 ETN에 새로 유입되는 유동성은 크지 않은 반면, 투자자들의 매수가 늘어나면서 괴리율이 크게 올랐다. 증권사가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면서 보통 ETN의 괴리율을 6% 범위로 관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괴리율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 투자자들이 ETN을 상환받을 때는 시장가격이 아니라 지표가치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괴리율이 큰 상황에서는 큰 손실을 입을 확률이 높아진다.
금감원은 “시장가격은 잠재적으로 지표가치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표가치보다 높게 ETN을 매수한 투자자는 상환시 손실을 입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ETN이 상장돼 거래가 이뤄지는 한국거래소 또한 상황의 심각성을 들어 지난 7일 “정규시장 매매거래시간이 끝난 뒤 괴리율이 5매매거래일 연속 30%를 초과하는 WTI 선물 관련 ETN 종목이 발생하면, 그 종목은 다음 거래일 하루동안 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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