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7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 부속서류에 최근 5년 간 ‘신용카드 등 사용액’을 0원으로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 회비 등이 포함되는 기부금 내역도 ‘0원’으로 신고했으며, 부인의 신용카드·기부금 내역도 존재하지 않았다.
총리 후보자 측은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기부금을 냈으나 소득공제는 신청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한 후보자가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 지급받은 법인카드로 생활비 일부를 충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인사청문회 등에서 소명이 필요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명의로 국회에 제출된 한 후보자의 청문요청안 재산신고 관련 부속서류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2017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재직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로부터 모두 19억7748만원의 급여·상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김앤장 근로소득에 부과된 결정세액(종합소득세 제외)은 5억465만원으로 파악되는데, 한 후보자는 매년 연말정산에서 본인 기본공제와 근로소득 공제, 건강보험료 등 정산 신고시 기본 반영되는 항목을 제외한 다른 내역은 일절 기재하지 않았다. 소득공제가 되는 신용카드·현금영수증·전통시장 등의 사용 내역은 물론 세액공제 항목인 의료비·기부금 등도 모두 0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에 대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준비단 관계자는 “(한 후보자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게 아니라 공제를 받지 않은 것”이라며 “연말정산을 하면 세제 혜택을 받는데, 그런 혜택을 안 받으려고 아예 신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2012년 4월 주미 대사를 끝으로 공직을 떠난 이후 10년 동안 약 42억원이 불어난 한 후보자의 재산 증가 경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공직 재직 시 보유하고 있던 후보자의 주택과 부인의 임야의 가치 상승분을 제외하고도 10년 사이 한 후보자 부부의 예금 증가액은 26억2058만원에 이른다. 이는 김앤장 고문으로 일하며 벌어들인 소득과 공무원연금 수령액 등이 고스란히 예금 등 현금성 자산으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후보자와 부인은 예금으로만 51억5447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재산 증감과 연관된 후보자 부부의 사적인 지출과 관련해서는 김앤장 고문에게 제공되는 법인카드의 사용한도나 차량 및 유지비 등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앤장이 국무총리를 지낸 최고위직 관료 출신으로 영입한 한 후보자에게 공식적인 급여·상여 외에 ‘예우’를 어느 정도로 했는지, 총액 규모나 구체 내역 등이 밝혀져야 현금성 재산 증식이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청문 준비단 측은 “(김앤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면 활동 등에 대한 비용 처리는 될 것”이라면서도 “기업과 후보자의 개별적인 것이어서 확인이 여의치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인사청문 준비단은 “신용카드 사용액, 적십자 회비 납부 기록, 기타 기부 내역을 청문회 때 자료와 함께 상세히 설명드릴 예정”이라며 “공직 생활 중이나 민간 영역에서나 규정에 어긋나게 법인카드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신용카드 0원’ 논란은 반복돼 온 문제다. 2010년 8월 총리 후보자로 이틀간의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뒤 자진사퇴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경우, 지사 재직 당시인 2005·2009·2010년 4인 가족의 신용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을 0원으로 기재해 논란이 됐다.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도 2014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2008~2012년 신용카드 등 사용액이 전무한 것으로 신고됐다. 이 전 원장은 해당 기간 사돈 기업인 LIG손해보험에 고문으로 재직했다. 당시 청문회에서는 도지사 또는 대기업 고문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를 개인과 가족 생활비로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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