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년 만에 서울 시내버스가 멈췄다. 노사 교섭 실패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출근 시간을 비롯해 11시간 동안 버스가 발이 묶인 탓일까. 서울시에서 지하철과 버스가 파업에 들어가도 정상 운행 비중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민 불편 최소화가 목적이나 노조의 쟁의 행위를 무력화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교통공사는 파업 시에도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운행률을 평일 낮 기준 평소의 79.8% 이상 유지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은 ‘승무 분야 필수유지업무 수준 일원화’를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현재 파업 시 의무 운행률은 평일 기준 1~4호선이 65.7%, 5~8호선은 79.8%다. 출근 시간대에는 노사 협정에 따라 운행률을 평시와 같이 유지하지만, 퇴근 시간대는 노선별로 운행률이 달라 퇴근 시간대에는 지하철 혼잡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9일 서울 지하철이 파업에 들어간 첫날 오후 6시 기준 운행률은 75.4%였다.
공사의 이번 일원화 작업은 1~4호선 운행률도 5~8호선 수준까지 올리려는 취지다. 다만, 노조 측과는 합의하지는 못했다. 이에 공사는 지난달 2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필수유지 업무 결정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42조의4는 노사가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체결하지 못하면 노동위원회가 관련 유지·운영 수준과 대상 직무, 인원 등을 결정하게 돼 있다.
공사가 파업 시 지하철 운행률 기준을 높이자고 노조 측에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논의는 지난해 12월 시작해 이달 초까지 세 차례 이뤄졌다.
공사 노조 관계자는 “파업은 노동자가 가장 극한의 상황에 몰릴 때 하는 것인데 이 수단을 무력화하는 운행률 기준 변경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사가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서울 시내버스도 파업 때 지하철처럼 필수인력을 유지하도록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했다.
지하철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노조 파업 시에도 평소보다 적게나마 운행할 수 있다. 반면 수도권 시내버스는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버스 파업 당시 7382대 시내버스 중 7210대가 운행을 멈출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김종길 국민의힘 시의원은 “시내버스는 1997년 노조법 제정 당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됐지만, 국회의 무관심 속에 2000년 일몰돼 지정이 해제됐다”며 “시민의 발이 묶이는 일이 없도록 국회가 관련법 개정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노조법 개정을 통해야 한다. 시의회 결의안이 채택된다고 해도 법적 효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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