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 관련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메신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자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메시지의 위력도 떨어졌다. 여권이 제기한 ‘방탄 프레임’에 당이 강조해온 ‘민생 제일주의’는 가려졌다. 정부의 국정 난맥상이 계속되지만 시민의 눈길은 야당으로 향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내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 내부 성찰과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인 정태호 의원은 5일 “우리가 잘 하면 차기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다”며 “민생과 경제에서 유능함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기를 희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내부 전열이 정비되고 비전도 만들어져 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당내 갈등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총선 승리 위해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한 메시지가 강렬했다”며 “(최근) 당직개편 후 (갈등이) 잘 해소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최근 당이 양곡관리법, 난방비 등 민생 이슈를 주도했고 지지율에도 반영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정 의원은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86세대이다. 1991년 평화민주당에 입당, 이해찬 서울시 정무부시장 비서관을 맡으며 정치에 입문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정무비서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당내에서는 친문재인계로 분류된다. 2020년 21대 총선 때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지역구였던 서울 관악을에서 당선됐고, 이낙연 대표 시절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말 민주연구원장에 임명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금 당이 위기 상황인가.

“대선에서 지고 정치적 탄압 속에 당대표가 어려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당이 하나가 되지 못하면서 위기가 있었다.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잘 하면 차기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다.”

- 최근 당직개편 이전의 당 지도부가 친이재명계 일색이란 평가가 있었다.

“다양한 의견이 전달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대표도 그런 말을 했다. 그래서 당내에서 당직개편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이 대표는 (개편) 방향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당직개편 후 당 분위기가 달라졌나.

“최고위원회의가 활기차다. ‘당에 일하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 물밑에선 불신이 심하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헤쳐나가고 차기 총선을 치를지에 대해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당내 불신이라고 볼 것까지 없다. 당직개편 후 (갈등이) 잘 해소돼 통합으로 가고 있다. 새로운 신뢰가 싹터가고 있다.”

-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에게 내부 공격 자제를 요구했다.

“‘개딸’(개혁의딸)과 ‘강성 지지층’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개딸은 (과격 대응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안다. 이 대표도 처음에는 강성 지지층에게 어떤 대응을 해야할 지 몰랐을 것이다. 이 대표가 이후 (과격한 행동에) ‘폭탄 던지기’ ‘내부 분열’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메시지가 강성 지지층에게 잘 전달됐다고 본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최근 당 지지율 추이는 어떻게 보나.

“민주당이 물가폭탄, 이자폭탄, 월세폭탄, 고용문제 등에 대책을 갖고 민생 전선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게 잘 진행됐고 지지율에도 반영됐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 굴욕외교, 주 69시간 노동 문제 등 실책이 결합되면서 (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을) 역전한 것이다.”

- 당이 민생을 화두로 여러번 던졌지만 잘 안됐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한두 달 동안 우리가 양곡관리법, 난방비 등 민생 정책 아젠다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곡관리법도 통과시켰고 난방비 문제 제기로 정부 정책을 바꿨다. 정책적인 이슈는 성과가 하루 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라 꾸준히 해 나가면서 ‘민주당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잘 하고 있구나’라는 게 축적되는 것이다. 이달에는 가계부채 문제를 적극 제기하려고 한다.”

-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지지율 상승폭이 적은 것 아닌가.

“누가 당대표였어도 검찰은 그렇게 (이 대표에게 한 것처럼 수사를) 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 당대표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행위를 인정해주는 꼴이다. 이제 그런 주장이 당내에는 없는 것 같다. 이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총선 승리 위해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한 말이 의원들에게 준 메시지가 강렬했다고 보인다. 총선 승리가 이 대표만큼 절실한 사람이 없다.”

- 이 대표 재판과 추가 수사가 당의 총선 준비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까.

“가장 타격을 입는 시기는 수사 때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의도가 국민에게 읽히고 있다. (이 대표) 재판에서도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 신빙성이 문제되는 상황이지 않나. 앞으로 수사나 재판이 당에 미칠 영향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입법권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민주당에게도 입법 독주 프레임이 있다.

“민생을 위해서는 (필요하면) 입법 독주도 해야 한다. 정부가 민생 대책을 안 내놓고 일하는 야당을 발목잡기 하고 있다. (거부권까지 행사하는) 극단적인 모습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서 가장 취약한 점이다.”

-총선까지 1년이 남았다. 승리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국민 여론을 키워드로 요약하면 ‘민생과 경제회복’ ‘정치개혁’ ‘통합’ 3가지다. 민생과 경제에서 유능함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에는 당의 전열이 흩어져 있으면서 검찰의 정치탄압 대응에 거의 힘을 소진했다. 우리의 점수를 올리는 것은 민생과 경제다. 또 청년 세대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소통하며 미래 희망을 주는 게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는데 민주연구원이 그 부분 정책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