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 CHRISTIE’S IMAGES LTD. 2025

 

“지난해부터 아시아 지역 미술 수집가들의 참여가 눈에 띕니다. 홍콩이나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미술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죠.”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지난달 28일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인 홍콩 더 헨더슨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미술시장의 흐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적인 경매사 크리스티는 이날부터 이틀간 홍콩에서 20·21세기 미술품을 대상으로 한 경매를 개최했다.

벨린 사장은 “크리스티 글로벌 매출액의 30%는 아시아에서 나온다”며 “올해 아직 많은 경매가 열린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수집가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지난해 크리스티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경매 판매 총액은 약 7억2500만달러(약 1조642억원)로 전 세계 경매 판매 총액의 26%였다. 하반기 매출 총액은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고 한다.

벨린 사장은 “젊은 수집가들도 미술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술품 구매자 및 경매 응찰자의 44%는 밀레니얼과 그 아래 세대였다.

벨린 사장은 “한국과 한국의 수집가들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며 “경매에서는 한국의 21세기·20세기 작품부터 고미술품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다룬다”고 말했다. 그는 “이성자, 박서보, 이우환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경매에 나오고 있다”며 “세계 어느 경매회사 중 우리만큼 한국 미술품을 잘 설명할 곳은 없다”고도 했다.

크리스티는 2022년 서울에서 기획전을 열고 영국 현대미술 작가 프랜시스 베이컨, 루마니아 작가 아드리안 게니의 작품을 소개했으며, 2023년에는 앤디 워홀, 장-미셸 바스키아 전시를, 지난해에는 크리스티 소유주인 프랑수아 피노의 소장품을 각각 서울에서 전시했다.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 CHRISTIE’S IMAGES LTD. 2025

 

전 세계 미술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벨린 사장은 “지난해 판매 총액이 2023년보다 내려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술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판매할 수 있는 양질의 작품을 소장자로부터 구하기가 어려워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정한 가격 안에서 최고급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도 말했다.

크리스티는 2050년까지 ‘넷 제로’(탄소 순 배출량 0)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실현해나가고 있다. 벨린 사장은 “지난해 9월 본사 건물 더 헨더슨을 열면서 경매 출품작 전시장에 움직이는 벽을 배치했다. 전시에 가벽을 설치·해체할 필요가 없어 폐기물 배출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 본사 건물은 어떤 작품이든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실내에 들여오고 전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올해 예정된 경매에서도 한국의 도자기를 비롯한 양질의 미술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홍콩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