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과 생명
류이치 사카모토·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황국영 옮김 | 은행나무 | 212쪽 | 1만8000원
‘피시스(Physis)와 로고스(Logos).’ 영화음악의 거장이던 류이치 사카모토와 일본을 대표하는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를 하나로 묶는 열쇳말이다. 두 사람의 설명을 빌리면 피시스는 자연 그 자체, 로고스는 인간의 사고방식이자 언어, 논리다. 책은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2017년 일본 NHK에서 방영된 두 사람의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20세기 문명은 자연을 인간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발전해왔다. 자연과학은 자연 현상에서 특정한 법칙을 도출해냈고, 음악은 소음을 걸러낸 뒤 남은 음들을 모으고 쌓아 만들어졌다.
사카모토는 음악가이면서도 환경·평화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고, ‘자연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천착하다 후쿠오카와 교류하게 됐다. 두 사람은 피시스를 왜곡하는 로고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별자리는 인간이 가까이 보이는 별들을 임의의 선으로 그어 도형화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별자리를 보는 것이 곧 우주를 보는 것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사카모토는 “별자리라는 도표나 질서로 (우주를) 보는 것 자체가 환상”이라며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로고스에 의해 고정된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체험한다”고 했다. 후쿠오카는 로고스로 보는 세상을 “한마디로 인식의 감옥”이라고 했다.
후쿠오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두고 “인류는 다양한 역병을 로고스화했으나, 피시스로서의 역병(코로나19)을 마주하니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사카모토는 “정보를 아는데도 대처할 수 없는 건 인간이 스스로를 자연에서 분리했다는 본질적 문제와 연결된다”고도 했다.
사카모토는 음악을 만들 때 소음에도 귀를 기울이고, 하루 동안 명사를 쓰지 않고 생활하는 시도로 해법을 찾으려 했다. 후쿠오카는 GP2라는 유전자를 제거한 실험용 쥐에게 나타나는 이상 반응을 찾다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발견한다. 그는 유전자 하나가 빠져도 생명이 유지되는 현상을 ‘동적평형’이라 이름 짓고 이를 설명한 수학적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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