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산과 금강산, 그 옆에 또 금강산….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금강산들이 나란히 서 일만이천봉을 이루는 듯했다. 31일 찾은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18세기 조선 회화의 전성기를 이끈 화가 정선의 작품 165점이 끊임없이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삼성문화재단은 간송미술문화재단과 함께 호암미술관에서 ‘겸재 정선’을 다음달 2일부터 6월29일까지 공동 개최한다고 이날 밝혔다. 두 재단은 “정선을 주제로 개최된 전시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정선의 주요 작품을 다수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두 재단뿐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 등 19개 기관이 보유한 정선의 그림들이 총망라됐다.
국가지정유산인 정선의 작품 12건 중 8건도 전시 기간 선을 보인다. 전시장 초입부터 국보인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가 자리하고 있다. 인왕제색도는 삼성가에서 소유했다가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리움미술관에서 관리하던 금강전도는 10년 만에 대중에 공개됐다. 금강전도 속 하늘에는 푸른색이 입혀져 있는데, 조선 시대 그림에서 쉽게 보기 힘든 색 표현이다.

정선이 처음 금강산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1711년작 화첩 <풍악도첩>,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당대에 널리 알린 금강산 그림들이 재해석된 1747년작 화첩 <해악전신첩> 속 작품도 전시됐다. 두 화첩은 모두 보물로 지정됐다. <풍악도첩>의 ‘금강내산총도’와 <해악전신첩>의 ‘금강내산’이 나란히 전시돼있는데, 같은 그림을 30대 정선과 70대 정선이 어떻게 다르게 그렸는지 비교할 수 있다. 30대 때 그림에는 섬세함이 살아있다면, 70대 때 그림은 추상화처럼 일부를 과감하게 생략하면서도 선은 힘차게 표현했다. 이밖에 일만이천봉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는 정양사, 금강산 초입에 있던 장안사, 최고봉인 비로봉과 만폭동, 해천동 등 금강산의 여러 명소가 그림에 담겼다.

정선은 금강산뿐 아니라 그 이남의 관동지방(<관동명승첩>), 개성의 박연폭포(‘박생연’)도 화폭에 담았다. 자신이 살던 장동(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일대)은 화첩 <장동팔경첩>에 그렸고, 양천현(서울 강서구 가양동 일대) 현령으로 일하던 1740~1745년엔 양수리부터 지금의 압구정, 개화사에 이르는 한강의 풍경과 서울의 경치를 보물로 지정된 화첩 <경교명승첩>에 남겼다. 그림의 수가 많고 그림의 대상, 그려진 시기도 다양하기 때문에, 정선 작품의 변천사를 금새 볼 수 있다.
2층에 오르면 정선의 작품 세계가 한 층 더 넓어진다. 정선은 금강산을 비롯한 다양한 자연을 사실적으로 그린 ‘진경산수’로 유명하지만, 그 이전에는 눈에 보이는 자연이 아니라 고사 등을 그린 ‘관념산수’가 주류였다. 보물로 지정된 정선의 ‘여산초당’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772~846)가 머물렀다는 중국 장시성 여산(廬山·루산)의 초당과 그 주변 자연을 그렸다. 1000원 지폐 뒷면 그림으로도 유명한 ‘계상정거’도 전시됐다. 정선은 이황 친필의 <회암서절요서>를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아 계상정거 등을 그렸는데, 문인 집안 출신으로의 자부심을 자신의 작품으로 드러내려 했다.

전시작 중 인왕제색도는 5월6일까지 전시된 후 정선의 다른 작품인 보물 ‘풍악내산총람’으로 교체된다. 인왕제색도는 오는 11월부터 2027년 상반기까지 열릴 ‘이건희 컬렉션’ 세계 순회전에도 전시된다. 여산초당도 6월1일까지 전시된다. 전시는 5월5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성인 관람료는 1만4000원. 만 7~24세와 대학·대학원생, 만 65세 이상은 7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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