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
김상희 “대일 굴욕 해법 바치고 뭘 받아왔나” 공격
김홍걸 “굴욕외교에 ‘김대중’ 이름 쓰지 말라”
한 총리, 강제징용 배상안 두고 “큰 돌덩이 치웠다”
김성한 안보실장 인사는 “발표 몇시간 전에 알아”
더불어민주당은 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일 굴욕외교·검찰 공화국’ 논란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이에 지지않고 맞섰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태도를 지적하며 “이런 상황에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렇게 굴욕적으로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갖다가 바쳤으면 그 다음에는 우리가 일본에 받아와야 될 게 있지 않느냐”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독도·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에 등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최근 몇 년 동안의 악화된 한·일관계를 그대로 가져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느 대통령이나 어느 정부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가장 편할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간접 비판했다. 김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노력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를 잘 극복했다고 말하자 한 총리는 “아니다. 잘 돌아가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한 총리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염두에 두고 “이번에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고 하자 김 의원은 “어떻게 30년 넘도록 투쟁해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쟁취한 사법적 권리를 돌덩이로 비유하느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윤영덕 의원도 강제징용 배상 제3자 변제안을 피해자들이 거부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총리가 돌덩이라고 아주 기가 막힌 답변을 했다. (피해자들이) 한·일관계를 방해하고 있는 훼방꾼이냐”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한·일관계의 결정적 문제는 이 문제(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대법원이 주범이라고 할 수 없지만 분명히 하나의 요인을 제공해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의원은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주범이 누구냐. 일본 아니냐”며 “너희들(일본)이 문제의 해법을 가져오라고 얘기하는 게 주권국가”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이제는 우리가 피해의식 차원에서만 모든 것을 보지 말자. 우리가 나서서 일본을 끌고갈 수도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 총리는 현재 상황이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 반대를 무릅쓰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윤 대통령 발언 등과 관련한 일본 언론의 보도가 오보라고 주장하면서도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우리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비행기(대통령 전용기)도 안 태우면서 외국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도 안 취하고 있다”며 “외교 채널이 아닌 언론사에 직접 항의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언제 알았냐”고 질의했고, 한 총리는 “아마 거의 발표되기 몇 시간 전쯤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정부는 대일 굴욕외교 실패를 결단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하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함자를 끌어다 붙이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김대중(DJ)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김대중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후에도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 주일대사를 소환했다. 필요할 땐 강경하게 대응했던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일본에 양보만 했지 단호한 면을 보여준 게 무엇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DJ 셋째 아들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악화한 한·일관계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한 총리에게 “일본 정부가 선뜻 우리의 호응에 담대하게 못 나온 이유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학습 효과 때문이라고 보는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일본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 신뢰를 크게 할 수가 없다, 만들어진 조약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파기해버리는 것은 좀 문제 아니냐’는 인식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유효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을 집중했다. 김회재 의원은 “윤석열 정권 검찰을 볼 때 국민들은 ‘검찰공화국이다, 검찰권까지 사유화됐다, 야당 탄압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 장관은 헌재 결정을 부정하면서 계속해서 검사 수사권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법무부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회복) 시행령에 대해 “입법권을 무력화한 시행령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시행령은 상위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정권 바뀌기 직전에 위장탈당을 하면서 과하게 입법하는 거야말로 더 문제가 있다”고 맞섰다. 한 장관은 김 의원이 과거 검사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검찰 수사권은 헌법적 권한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을 두고 “직함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주장하는 것에 대해 납득이 안 간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대검 수사정책기획단장(부장검사)이던 김 의원은 수사의 주체와 지휘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195·196조 개정에 반대하면서 “헌법은 수사의 주재자로서 검사만을 명시하고 있고 이는 검사로 하여금 수사를 주재토록 하는 헌법적 결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 장관은 대장동 50억 특검과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김 의원에게 “어떤 특검을 도입하려는 동기가 어떤 수사에 대한 맞불놓기 식으로 운영된다면 국민들께서 그 제도를 신뢰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간접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은 앞서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노웅래 의원 사건에서 검찰이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다른 의원들과는 다르게 기소까지 91일이나 걸렸다며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체포영장을 국회로 보내놓고 정작 90일 동안 기소조차 못 했다. 이재명을 겨냥한 사전 예행 연습용·국회 간보기로 활용된, 한 장관이 지휘한 입법부 농락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수사 과정에서 노 의원 자택에서 추가로 나온 현금다발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했다며 “방탄국회”가 이어지지 않았을 경우 추가 구속영장 청구까지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반면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 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내용을 인용하며 “국회의원 면책특권, 불체포특권도 폐지하는 게 옳다”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한 장관에게 ‘법무부 교정시설에 대체복무요원이 몇 명인지’를 물은 후 한 장관이 답변을 하지 못하자 “직무유기”라고 공격했다. 이에 한 장관은 “장학퀴즈 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맞받았다. 논쟁이 오가자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 부의장은 김 의원에게 그만하라며 “건방지게”라고 말해 여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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