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저랑 류현진이랑 로테이션이 겹치더라구요.”
지난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삼성전 선발 등판을 앞뒀던 두산 유희관(32)이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선발 등판 직전이라 예민할 법도 한데 유쾌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자학. “같은 4·5선발이잖아요. 제가 (클레이튼) 커쇼랑 언제 로테이션이 겹치겠어요?”
그러면서도 내심 첫 승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이날 오전 류현진은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유희관은 “저도 현진이처럼 첫 승 거뒀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유희관은 앞선 두 번의 등판에서 승리가 없었다. 지난 3일에는 6.2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팀 타선이 2점밖에 뽑지 못한데다 8회초 불펜이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승리를 놓쳤다. 등판 첫 날에는 선발 맞상대인 양창섭에게 “본 때를 보여주겠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유희관은 자신의 말대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5.2이닝 5실점, ‘본 때를 보여준’ 만큼은 아니었지만 팀이 7-5로 역전에 성공한 뒤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를 챙겼다. 전 경기에서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엔 타선이 유희관을 도왔다. 하지만 단순히 타선 덕에 운좋게 거둔 승리라고만 할 수는 없었다. 1회 집중타를 맞으며 4점을 내줬고 2회엔 김상수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3회부터는 추가실점을 막아 팀 승리에 주춧돌을 놓았다.
경기 도중 투구패턴에 변화를 준 게 주효했다. 시속 90㎞대 커브 구사를 늘렸다. 3회말 삼성의 첫 타자 4번 다린 러프를 상대로 90㎞, 96㎞ 슬로커브를 연달아 던져 타이밍을 뺏은 뒤 투수 앞 땅볼로 막아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 10% 중·후반대였던 커브 구사율을 이날 경기에서 20.2%까지 끌어올렸다. 또 직구 구사율을 27.2%대로 떨어뜨린 대신 싱커 구사율을 평소의 30%에서 40%까지 올렸다.
매회 안타를 뽑긴 했지만, 삼성 타선은 초반의 폭발력을 잃었다. 4회가 끝날 때는 1실점(비자책)으로 잘 막고 있던 삼성 양창섭(91개)보다 적은 82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유희관이 버텨준 덕에 두산 타선은 5회 투구수 100개를 넘긴 양창섭을 공략했고, 6회초 김재호의 역전 결승 3점 홈런으로 승리를 챙겼다.
유희관은 공언대로 류현진과 같은 날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최근 다듬은 커브로 재미를 본 류현진과도 닮은, 의미있는 등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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