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주거정책 실패로 불어닥친 전·월세 광풍이 20대 총선에서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친 전·월세’로 표현되는 주거난과 이로 인한 탈서울 현상이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로 ‘여소야대’가 성립하면서 정부·여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던 전·월세 대책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치러진 20대 총선 결과 야당은 여당의 텃밭으로 분류돼오던 서울 ‘강남벨트’에서도 약진했다. 송파구 의석 3석 중 2석이 더불어민주당에 돌아갔다. 이곳은 최근 5년간 월세 가구의 주거비가 크게 올랐다. 한국토지연구소의 주택 실거래가 분석에 따르면 송파구의 가구당 월세전환가(보증금과 2년간의 월세를 합산한 가격)는 2011년 1억6269만원에서 2015년 2억7703만원으로 70.3% 급등해 수도권 평균 상승률(60.1%)을 웃돌았다.

19대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2석 모두 가져갔으나 이번에 야당이 1석을 확보한 서울 양천구는 월세전환가가 2011년 1억1438만원에서 2015년 2억788만원까지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81.8%)을 기록했다. 경기도에서 월세전환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경기 성남시(87.2%)도 이번 선거에서 4개 지역구 중 3개를 야당이 차지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및 주거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표심을 갈랐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이후 주거난으로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밀려난 인구가 많았던 것도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서울 순유출 인구는 전출인구-전입인구)는 13만7256명으로 2000년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경기도의 순유입인구는 9만4768명으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많았다. 집값 급등으로 서울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경기도로 이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정부의 주거정책에 불만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이 서울 지역구 48석 중 불과 12석을 얻는데 그치고, 서울 외곽 경기도 지역에서 경기 하남시와 성남 중원, 의정부을, 남양주병을 제외하고는 전패한 것도 이런 민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주거 정책은 국민들의 삶과 밀접하고 체감도가 높은데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불만도가 더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주택시장 활성화에 집중하면서 전·월세 가격 안정과 저소득층 주거대책 마련에는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주거불안 현상이 가중되자 19대 국회에서 서민주거특별위원회가 전·월세 재계약을 할 때 보증금 등 임대료 상승률 상한을 두자는 ‘전·월세 상한제’와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 기간 연장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논의해 왔으나 정부·여당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이번 선거에서 주거안정대책을 공약으로 제시한 야당들이 다수를 차지한 20대 국회에서 전·월세 대책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관계자는 “새로 국회가 구성되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내놨던 법안들의 재추진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내부에서도 서민주거특위에서 논의된 전·월세 대책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20대 국회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