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이 대통령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와 관련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사실을 반박하며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의 사건 판례를 인용했다. 블랙리스트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고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시한 절차가 직권남용이라 보기 어렵다며 장세동 전 대통령경호실장(81)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관련 판례를 든 것이다.
지난 7일 박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대통령이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할 때 관련된 지시나 보고를 받은적이 없다”며 박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의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특검 판단에 대한 문제점을 들며 “감사·세무조사 같은 침익적 처분이 아니라 예산 지원 등의 혜택을 축소·중단하는 경우, 위원회 심사 등 법령상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결정된 경우 위법·부당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예산 지원 및 위원회 위원 선임 관련 단순히 검토, 조언한 사실은 직권남용행위로 의율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 유 변호사는 전두환 정부에서 대통령경호실장을 지낸 장세동씨 관련 대법원 판결을 들었다. 당시 장씨는 전두환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일해재단 영빈관 설립을 위해 당시 서울시장·건설부 장관에게 신동아건설 소유 토지를 청사부지로 지정할 수 있게 토지구획정리사업 계획 변경 압력을 넣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1994년 장씨의 직권남용 등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청사부지 지정 과정에서 거친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에서 계획 변경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점 등을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 변호사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관련 판결도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반박하는데 인용했다. 유 변호사는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 등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에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위원들에게 전한 부분에 대해 “임직원들이 위원들에게 지원배제 지시·의견을 전하는 것은 기존 업무도 아니고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며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용한 판결은 치안본부장(현 경찰청장)이 박종철 사건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고할 메모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1과장에게 작성토록 한 사건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1990년 국과수 과장이 메모를 작성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취지로 직권남용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는 지난 6일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한 특검의 공소 이유와는 다르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우리 법체계는 문학과 예술에 고유한 영역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며 “합리적·객관적 기준에 따라 지원대상이 선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 결과 실무자들은 누구도 기준을 알 수 없이 특정 대상자들을 배제했는데 이것이 ‘블랙리스트’ 운영의 본질이며 위원회의 자율적 판단을 침해하는 위법 행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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