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경북 의성군 천년고찰 고운사 주요 건물이 화재로 소실돼 흔적만 남아 있다. 의성 ❘ 성동훈 기자

 

영남지역의 대형 산불로 국가지정유산 보물 2건을 비롯해 국가유산 30건이 피해를 입었다. 대형 산불에 국가유산이 소실되는 비극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유산청이 지난 21일부터 30일 오전 10시까지 집계한 국가유산 산불 피해 현황을 보면 보물 2건, 명승 3건, 천연기념물 3건, 국가민속문화유산 3건 등 국가지정유산 11건이 영남지역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었다. 시·도에서 지정한 유산 중 이번 산불로 전체 혹은 일부가 훼손된 유산은 19건이다.

이 중 12건은 전소됐다. 경북 의성군의 천년고찰 고운사가 지난 25일 모두 불에 타면서, 사찰 내에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과 가운루도 전소됐다. 국가지정유산 민속문화유산인 경북 청송군 사남고택도 지난 26일 불에 탔다. 경북 안동시에 있는 지산서당, 국탄댁, 송석재사, 지촌증택 등 경북도 지정 문화유산들도 여럿 전소됐다. 산불의 규모가 컸던만큼 강원 정선군, 경남 하동군, 울산 울주군 등 문화재 피해가 발생한 곳도 여러 곳에 걸쳤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5일 고운사가 불에 타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까지 불에 탈 위기에 처하자 전국에 국가유산 재난 위기 경보를 사상 처음 ‘심각’ 단계로 발령하기도 했다.

2005년 산불로 강원 양양군 낙산사가 큰 피해를 본 뒤 국가유산을 대형 산불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그럼에도 국가유산을 화재에서 지키기 위한 제도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불이 넓게 번지지 않도록 막는 천인 방염포가 안동 만휴정 등의 소실을 막았지만, 현장에선 화재 발생에 대비해 갖춰야 할 방염포의 기준, 사용 방법 등에 대한 지침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유산 방재 체계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현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는 “500도 이상의 고온을 버틸 높은 등급의 방염포,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는 큰 불 때도 쓸 수 있는 무인 소화 장비가 필요하다”며 “사찰이나 개인 소유지에는 산불 대응 장비·시설을 설치하라고 권고는 하지만 강제할 수 없다. 당국이 보다 구체적으로 국가유산의 산불 대응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사찰과 주변 산림 사이에 거리를 두거나 물을 뿌릴 수 있는 산불소화시설을 설치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