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에 있는 천년고찰 고운사 주요 건물이 화재로 소실돼 흔적만 남아 있다. 의성 ❘ 성동훈 기자

 

경북지역 산불로 26일 오후까지 국가지정유산 보물 2건이 전소되는 등 국가유산 총 15건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보물인 경북 의성군 고운사의 연수전과 가운루, 민속문화유산인 청송군 사남고택, 경북도 유형문화유산인 청송군 만세루가 전소됐다고 밝혔다. 경남도 문화유산자료인 하동군 두방재도 부속건물 2채가 전소됐다. 국가지정유산 명승인 강원 정선군 백운산 칠족령 중 0.5㏊, 천연기념물인 울산 울주군 목도 상록수림 중 0.1㏊, 안동시 구리 측백나무숲 중 0.1㏊, 경남도 기념물인 하동군 두양리 은행나무 일부 또한 소실됐다. 명승인 안동시 만휴정 원림은 전면부 송림 일부가 소실됐다.

보물 2건이 전소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는 1344년 전 건립된 유서깊은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16교구의 본사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사찰인 영주시 부석사와 안동시 봉정사, 훈민정음 해례본의 원소장처로 알려진 안동시 광흥사, 훈민정음 언해본을 목판으로 판각했던 곳인 영주시 희방사,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태백산 사고를 간직했던 봉화군 각화사 등을 말사(末寺)로 두고 있다.

신라 신문왕 원년인 681년 해동 화엄종을 개창한 의상대사(625~702)가 건립했으며, 신라 학자 최치원(857~?)이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축한 후 원래 ‘高雲寺’였던 사찰의 명칭이 그의 호(孤雲)를 딴 ‘孤雲寺’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에 있던 보물 중 불상인 석조여래좌상은 산불이 번질 것으로 예상돼 받침대인 좌대를 빼고는 안동청소년문화센터로 옮겨졌으나, 건물인 가운루와 연수전은 불에 타고 말았다. 극락전 등 사찰 내 다른 주요 전각들도 전소됐다.

전소된 가운루는 1688년에 지어진 것으로 기록됐으며, 팔작지붕을 갖춘 누각으로 계곡의 양안을 가로질러 지은 사찰 누각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조선 중·후기의 건축양식이 잘 남아있고 건립 연대도 명확해 보물로 지정됐다. 연수전은 영조와 고종이 기로소(耆老所·조선 시대 연로한 고위 관료의 친목·예우를 위해 설치한 관서)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왕실에서 세운 건물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보물 10건 651점, 시·도유형문화유산 5건 17점도 위치를 옮겼다고 밝혔다. 보물인 경북 안동시 봉정사의 목조관음보살좌상, 영산회 괘불도, 아미타설법도는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로, 영주시 부석사의 고려목판 3종 634점과 오불회 괘불탱은 영주 소수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안동시 선찰사의 목조석가여래좌상은 길안초등학교로, 영덕군 장륙사의 건칠관음보살좌상, 영산회상도, 지장시왕도는 영해면사무소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