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20대 대선 패배에 대한 당 차원의 평가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30일 민주당 의원들이 연 대선 평가 토론회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프레임에 갇히면 답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내에서는 “이재명을 지키자”는 당 주변의 여론만 믿고, 패배 원인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6·1 지방선거에서 큰 격차로 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20대 대선) 백서작업은 진행 중이고, 곧 평가기구를 만들 것”이라며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와 외부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를 통해서 객관적인 평가를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대선평가 작업에 들어가서 지방선거 결과까지도 종합적으로 평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제대로된 평가 없이 지방선거를 치르다 참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당 상임고문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득표율차인 0.73%포인트가 부각되며 ‘졌잘싸’ 여론과 함께 “이재명을 지키자”는 구호가 당 안팎에서 부각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적은 득표율차는 비호감도가 높은 윤 당선인과의 대결 구도였기 때문에 가능했고, 이런 구도가 희미해지는 지방선거에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선 직후인 지난 12~13일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1008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민주당 대선 패배 책임이 ‘후보 개인’에게 있다는 응답률은 38.9%로, ‘문재인 정부’(20.2%), ‘당의 문제’(13.8%) 보다 높았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재명 전 지사가 대선에서 잘 싸운 것은 맞지만, 그의 흠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윤 당선인 측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이 후보를 ‘울며 겨자 먹기’로 뽑은 이들도 적지 않다”며 “0.73%포인트만 보고 ‘이재명을 지키자’를 앞세웠다가 생각보다 더 큰 격차로 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까지 남은 60여일 동안 냉철하게 대선을 평가한 뒤 이재명 간판에 의존하지 않는 효과적인 전략을 짜느냐가 선거 승패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가 국회에서 연 ‘대선평가 경청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번 대선은 수치적으로는 0.7%포인트차 석패지만 가치적으로는 참패”라며 “졌잘싸’ 프레임에 갇히면 안 된다. 이재명 후보의 석패, 민주당의 참패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덕적 책임감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 리버럴이라는 ‘민주당다움’ 이미지가 기득권과 내로남불, 무능 프레임으로 대체됐다”며 “민주당의 위기는 시대정신과 가치 부재의 위기다. 민주당의 존재 이유에 대해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이재명의 정부’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브랜드 확립에 실패했고, 정치교체론은 너무 늦게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열풍이 거센 당에서 통렬한 평가가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지사의 선거를 주도했던 그룹이 당내 주류가 됐는데 얼마나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