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백자와 조선청자. 잘못 쓴 표현이 아니다. 청자가 흥했던 고려에도 백자가 있었다. 백자가 유명한 조선에서도 청자는 만들어졌다. 고려백자와 조선청자는 시대별로 비주류에 속하는 자기였지만, 그만큼 희소해졌고 연구할 가치가 높은 유물로 남게 됐다.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미묘지색_고려백자와 조선청자’는 고려·조선의 도자기 역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두 자기를 집중 조명하는 첫 전시다. 고려의 백자, 조선의 청자는 당대의 주류가 아니었기에 그 수는 많지 않지만 그만큼 희소성이 있다. 자기의 색은 투박하지만 나름대로 미묘한 색을 띠며 매력을 뽐내고 있다.
고려가 세워진 10세기부터 한반도에서는 백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만 현재까지 연구된 바로는 백자만을 만드는 가마가 처음 세워진 시기는 10세기 후반~11세기 무렵이다. 그전에는 청자를 굽는 가마에서 백자도 함께 만들었다.
이때의 고려백자는 순백의 조선백자와 달리 탁한 회백색을 띠는 경우가 많았다. 청자를 굽는 기술은 11세기 후반부터 발전했던 반면 백자를 굽는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의 백자는 청자보다 40~50도 높은 온도에서 구워졌는데, 고려 때는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 청자보다 백자의 태토(胎土·원료가 되는 흙)는 산화철 성분이 적어야 했는데, 양질의 백자 태토를 구하는 일도 고려에서는 쉬운 게 아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고려에서는 당시 중국에서 만든 것 같은 고급 백자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유진현 호림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명품 자기를 만들던 전남 강진 사당리 가마터를 발굴하니 도편이 수십만개가 나왔는데, 그중 백자는 200~300개도 안 될 것”이라며 “백자에 대한 수요가 있었겠지만, 당시 (고려에서) 귀족들이 원하는 만큼 못 만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시 고려 귀족들은 양질의 백자를 중국에서 수입해왔다.

기술과 재료에서 그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에, 고려의 청자와 백자는 색이 다를 뿐 그 형태가 짝을 이룬 듯 비슷한 게 많다. 고려 전기에는 장식 없는 백자가 유행했으나, 중기에 들어서 청자처럼 문양 장식이 생기고, 음·양각이나 철화·상감 등의 기법이 활용된 식이다. 전시는 서로 닮은 고려의 백자와 청자를 나란히 배치해 보는 재미를 더 했다. 정병과 매병, 물병, 잔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백자는 1460년대 경기 광주에 왕실 전용 가마 ‘관요’가 들어선 후 조선을 대표하는 그릇으로 자리했다. 관요에서도 소량의 청자를 만들었으니, 이는 조선 궁궐 속 세자가 활동하는 동궁(東宮)에 쓸 그릇이었다. 세자는 곧 왕이 될 사람이므로, 해가 떠오르는 동쪽에서 머물렀다. 조선의 법전 <경국대전>의 해설서인 <경국대전주해>에는 “임금의 수라상에는 백자기를 쓰고, 동궁은 청기를 쓴다”고 적혀있다. 초록은 동방(東方)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관요에서 만든 청자는 밝은 태토에 청자 유약을 입혀 ‘백태청자’(白胎靑磁) 또는 ‘백태청유자’(白胎靑釉磁)로 불렸다. 청자와 비슷한 흑회색 태토 위에 백토로 분칠을 한 뒤 유약을 쓴 조선 초의 분청사기와는 만들어진 방법부터 다르다. 조선 시대 다양한 자기가 함께 만들어졌음을 보여주는 예가 된다.
전시에서는 고려백자와 조선청자 총 110여점이 공개되고 있다. 현존하는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중 유일한 조선청자인 15세기의 ‘청자 호’(유개항아리) 또한 전시 중이다.
전시는 오는 7월31일까지. 관람료 성인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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