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 삼성화재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원 이석우 기자

 

이달 23일로 예정됐던 초·중·고등학교 개학 시기가 더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개학시기를 사실상의 리그 재개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프로배구 V-리그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규시즌이나 포스트시즌, 혹은 이후 일정이 축소 및 폐지될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배구연맹은 지난 10일 실무위원회를 열고 V-리그 재개시점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프로배구 각 구단 사무국장들은 약 일주일 뒤 이사회에서 리그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면서,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결정될 때쯤이면 리그를 재개해도 되지 않겠냐는 데 뜻을 같이했다. 배구연맹 관계자는 “3월 넷째주 쯤에 리그를 재개한다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경기를 모두 치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정부 차원에서 정하는 개학 시기는 사회 구성원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기이자 리그 재개의 명분이 생기는 때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배구연맹과 각 구단은 초·중·고등학교 개학 시기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그러나 추가 연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100명을 넘지 않고는 있다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콜센터·교회 등에서 집단감염은 그치지 않고 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초·중·고등학교 개학 시기를 더 미뤄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17일 개학 연기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지금으로서는 3월 넷째주 V-리그 재개 목표는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이제는 현실적으로 어떤 형태로 남은 시즌을 치르고 다음 시즌을 대비해야할지 고민해야할 때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V-리그는 지난달 25일부터는 무관중 경기를 치른 뒤, 3월1일 경기를 끝으로 남·녀부 리그가 모두 중단된 상태다.

아직 치르지 못한 경기는 남·녀부 총 24경기다. 정규시즌 최종 순위가 가려질 6라운드를 치르던 중에 리그가 중단됐다. 구단마다 입장은 다르다. 하위권으로 처진 팀들은 리그가 중단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리그 재개 후 남은 잔여경기를 치르기 위해 단체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선수단의 감염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고있다. 외인 선수들을 고국으로 떠나보낸 구단들은 모두 하위권 팀들이다.

상위권 팀들은 남은 경기를 치르길 원한다. 상·하위권은 어느 정도 구분된 상태지만 상위권 팀들간의 격차는 좁아 경기 숫자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다. 여자부 1위 현대건설과 2위 GS칼텍스의 승점차는 1점에 불과하다. 남자부 1위 우리카드와 2위 대한항공의 승점차는 4점이지만 대한항공이 1경기를 덜 치른 데다 두 팀간 맞대결이 남아있다. 경기를 치르자는 입장의 구단들 사이에서도 ‘정규시즌 축소’와 ‘포스트시즌 축소’ 등으로 입장이 조금씩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잔여경기를 소화하더라도 다음 시즌 FA 시장 개막과 외인 트라이아웃 등 일정을 변경해야 할 부분 또한 많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릴 예정이던 외인 트라이아웃이 취소될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배구연맹은 조만간 이사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