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탄핵심판 선고 뒷얘기

지난해 말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치르며 뜨겁게 달아올랐던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도 선고 후 평온이 찾아왔다. 3개월간 주말에도 출근했던 헌법재판관들도 모처럼 주말에 쉬었다. 헌재 재판부는 탄핵심판 최종 평의를 선고 시작 불과 1시간30분 전에 마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8명은 박 대통령 파면 결정을 선고한 뒤 첫 주말인 11·12일 헌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가 의결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송달된 이후 다른 사건 심리를 사실상 멈추고 평일마다 재판관 평의를 열었다. 4만8000여쪽에 이르는 증거 자료와 증인 26명의 증언을 검토하기 위해 평일뿐 아니라 주말에도 거의 매일 출근했다.

90여일의 강행군이 끝나자 13일 퇴임을 앞둔 이정미 재판관 등 8명의 재판관들은 주말 휴식을 취했다. 주심을 맡았던 강일원 재판관은 1주일간의 휴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 당일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사거리에서 헌재에 이르는 진입로를 막아섰던 경찰 차벽도 12일에는 모두 철수해 헌재는 예전의 평온을 거의 되찾았다.

선고 당일인 지난 10일의 재판관 평결은 오전 9시30분에 시작됐다고 한다. 평소보다 이른 오전 8시까지 출근한 재판관들은 8시30분부터 구내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탄핵 결정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고 선고 시작을 불과 1시간30분 앞두고 다시 모여 마지막 평의를 시작했다. 주심 강 재판관부터 의견을 제시했고, 최근 임명된 재판관부터 임기가 곧 끝나는 이정미 재판관까지 임명 순서대로 의견을 밝혔다.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고 다듬은 것은 강일원 재판관의 몫이었다. 강 재판관은 자신이 주심 재판관으로서 변론을 진행하면서 했던 ‘송곳 질문’들을 결정문에 탄핵인용 근거로 담았다. 강 재판관은 “좋은 취지로 재단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안종범 전 수석은 왜 ‘증거를 없애라’고 한 것이냐” “큰 두 재단을 만들려면 취지, 설립 과정, 출연 방법, 인적 구성 등의 설계도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나 청와대) 어디서 기안했느냐”고 물었으나 대통령 대리인단과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은 답을 내놓지 못했다.

헌재 결정문에는 “(문화융성이 설립 목적이라는) 피청구인(대통령)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청와대 지원을 비밀로 할 이유가 없다”며 “피청구인의 주장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최순실씨가 재단 주요 임원을 면접 등을 통해 미리 선정한 사실 등에 비춰볼 때 최씨가 (재단 관련 자료를)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