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될 때만 해도, 1982년생 동갑내기 마무리인 오승환(삼성)과 손승락의 ‘통산 세이브 1위’ 대결을 볼 수 있을 듯 했다.
기대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FA 자격을 얻고 원소속팀 롯데와의 협상을 이어가던 손승락이 지난 7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계약이 늦어지고, 롯데가 김원중을 새 시즌 마무리 후보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차에 손승락은 통산 271세이브를 기록으로 남기고 선수 생활 마무리를 택했다. 통산 세이브 1위 오승환과의 세이브차는 불과 6개였다.
손승락은 마운드를 떠났지만 통산 세이브 2위 자리는 한동안 그의 몫으로 남는다. 오승환의 통산 1위도 마찬가지다. 통산 세이브 순위 뒤를 잇는 선수들 대부분은 현역 선수가 아니다. 국내에서 통산 200세이브를 넘긴 투수들은 오승환, 손승락 외에 세 명이 더 있다. 임창용이 258세이브, 김용수가 227세이브, 구대성이 214세이브를 기록하고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100세이브를 거둔 선수들 중에도 현역 선수는 정우람(한화)을 빼면 드물다. 통산 세이브 상위 30위로 범위를 넓혀도 현역 선수 중 마무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임창민(NC)과 우규민(삼성), 박희수(SK)는 마무리 경험이 있으나 올해 마무리로 뛸 가능성은 거의 없는 선수들이다. 이용찬(두산)의 경우는 마무리에서 다시 선발로 보직을 이동해 세이브 적립이 중단됐다.
최근 시즌 세이브 순위를 보면, 상위권에 올라있는 선수들의 얼굴이 자주 바뀐다. 지난해에는 그 변화가 더욱 뚜렷했다. 세이브 1위부터 5위까지 5명 중 4명이 그해 마무리를 처음 맡는 투수들이었다. 전에는 오승환, 임창용, 구대성 등 해외에 진출하느라 국내 기록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 흐름은 또 다르다. 최근 수년간 세이브 상위권에 올랐던 투수들은 부상을 당한 뒤 주무기의 위력을 잃거나 부진에 빠져 방황하곤 했다.
당분간은 오승환이 언제쯤 국내 최초로 300세이브 고지를 밟을지, 그리고 통산 최다 세이브를 얼마나 늘리느냐가 가장 주목받는 기록이 될 전망이다. 기대해 볼만한 기록들은 있다. 손승락이 빠진 가운데 그 뒤를 잇는 기록은 정우람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통산 165세이브를 기록한 정우람은 35세이브를 더 거두면 200세이브 반열에 올라선다. 그동안 모범적인 몸관리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왔기에 올해 이후에도 꾸준히 세이브를 쌓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한화와 4년·39억원이 보장된 FA 계약을 맺은 정우람이 세이브 기록을 어디까지 늘릴 수 있을지 지켜볼만하다.
지난해 마무리 반열에 들어선 선수들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또 다른 기록의 사나이로 자리잡을 수 있다. LG 고우석은 올해 겨우 만 22세임에도 마무리 투수로 포스트시즌과 국제대회까지 경험했다. 조상우(키움)도 올해 26세의 나이로 수년간 마무리로 롱런할만한 자질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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