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 대책 발표회에서 참석자들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대정부 비판 화두는 검찰 독재와 민생 위기 두 가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적 목적에 따른 수사로 비판하면서 동시에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민주당의 의지를 강조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문제에 가려 민생 관련 제안은 힘을 받지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 대책 발표회’에서 “난방비 폭탄 사태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든 민생경제가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며 “2월에 난방비 폭탄, 전기료·택시비·장바구니 물가 폭탄까지 더 많은 폭탄이 터질 것이고 민생이 벼랑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시내 전 가구에 ‘에너지 생활안정지원금’ 2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기로 한 경기 파주시의 사례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당내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에 “(전국) 전 가구 대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연구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눈치 보고 시간 끌면서 뻔히 다가오는 위기를 방치해선 안된다”면서 에너지물가 지원금 7조2000억원을 포함한 30조원 민생 프로젝트 추경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날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열었다. 민주당 전체가 국회 밖으로 나가 정치 집회를 여는 것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 이후 처음이다. 규탄대회에는 당 지도부뿐 아니라 소속 의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검찰 독재와 민생 위기가 화두였다.

 

이 대표는 대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이재명을 아무리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말라”며 “국민의 처절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권 출범 9개월이 지난 지금, 전진은커녕 짧은 시간에 상상도 못할 퇴행과 퇴보가 이뤄졌다”며 평화, 민주주의, 민생, 경제가 모두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패장인데, 전쟁에 졌는데 삼족을 멸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위로 삼겠다”며 “국민의 피눈물에, 그 고통에 비한다면 제가 겪는 어려움이 무슨 대수겠나”라고 소리 높였다.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일반 서민들의 민생고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투쟁 수위를 높이면서도 민생 문제를 화두로 삼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민생을 함께 강조해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만 두드러지는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민 속으로, 경청 투어’라는 제목의 전국 순회 행사를 통해 전국 각지 산업 현장과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등 민생 행보를 표방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일정에서도 검찰 수사에 대응하거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는 메시지를 주로 발신했고, 그 결과 민생 문제 보다는 검찰 수사가 이슈가 되고 있다.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대표는 지난달 31일 당내 의원 모임 ‘민주당의길’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신당역 사건이나 SPC 청년 노동자 사망 사건에서 적극적인 메시지가 부족했다”며 “민주당이 민생 현장에 안 보이면서 ‘민생’을 외치는 것은 모순이다. 적극적인 공감 행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생 현장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 않고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민생 구호를 외치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강경파 의원들은 장외 규탄대회는 윤석열 정부의 표적 수사에 대한 야당의 단일대오를 보여주기 위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집회에서 “역풍을 걱정해서 오늘 집회에 나오지 않은 민주당 인사들을 두고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얼마나 기뻐했겠느냐”며 “이 정권의 표적수사가 진실이라면 역풍은 없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장외집회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한 재선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며 “당 지도부는 전날 규탄대회에서 난방비 폭탄을 지적하는 등 민생 문제도 제기했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그 메시지보다는 야당이 대거 거리에 나선 것만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의 검찰 수사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현 정부 문제만 지적한 메시지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여론지형이 민주당에 호의적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외집회를 잇따라 열지를 두고도 당내 의견은 갈리고 있다. 지도부 중에서는 주말 장외집회를 당분간 상시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주경야독하는 심정으로 주중 5일은 국회에서 일하고, 주말은 국회 밖에서 국민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재명계 핵심인 정성호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외투쟁이라고 하면 소수당이 국회 내 문제해결 방법이 전혀 없을 때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걸 계속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