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은 문화유산회복재단 연구원
환수는 나라에 힘이 생겼다는 것
한국의 정체성 알리는 좋은 수단
“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어요.”
폴란드 이민 2세인 남지은 문화유산회복재단 연구원(30)은 지난 26일 기자와 통화하며 문화재 환수 관련 일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세 살 때 가족을 따라 폴란드로 이민을 가 국제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거쳤지만 열여덟 살 때 한국으로 돌아와 석사과정까지 다녔다.
남 연구원은 “‘나는 왜 한국인과도, 폴란드인과도 다를까’ 고민하다가 ‘인류의 공통점’을 떠올렸고, 그게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했다”며 “인류 보편적인 문화유산을 통해서 인류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할 방법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문화유산 관련된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세계 각지에 흩어진 문화유산을 찾기 위해 해외의 박물관과 접촉하거나 교민들과 네트워크를 형성·유지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관련 업무를 하면서 한국어가 더 늘었다”며 웃었다.
남 연구원은 “한국이 한류 문화를 통해 세계에 전보다 알려졌지만, 그 역사는 알려지지 않아서 중국·일본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며 “해외 교포들과 소통하면 한국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문화유산 환수는 한국의 정체성을 알릴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해외 각국의 기관이나 개인 소장자들과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환수해야 할 문화유산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며 “1945년 해방 이후 남북한이 환수해온 문화유산이 1만1000점 정도 되는데 그중 국보급은 6개에 불과하다. 귀한 유산일수록 소장처에서 돌려주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국가들이 문화유산을 약탈당하거나 잃어버린 경험을 했다. 문화유산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며 “유네스코는 문화유산 보존에 비중을 둘 뿐 환수까지는 커버하지 못한다. 관련된 국제기관을 설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환수된 문화유산은 있지만 환수 여부나 내력은 표시돼있지 않다”며 “문화유산을 돌려받았다는 것은 (나라에) 힘이 생겼다는 뜻이다. 환수가 됐다는 기록도 남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5월부터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되지만, 국외 소재 문화유산의 보호나 환수 관련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문화유산 환수를 위한 법과 정책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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