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가운데)이 26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회는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다. 민주당은 26일 “김대중 죽이기·조봉암 사법살인이 21세기에 재연되고 있다”며 “압도적으로 부결시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대표 수사가 “정치탄압”이기 때문에 부패 혐의 기소 당직자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체포동의안 부결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당헌 80조 적용, 대표직 사퇴, 추가 영장 청구 시 대응 등을 놓고 백가쟁명식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사독재는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보다 더 악랄한 ‘신독재’다. 윤석열 정권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폭력을 일삼고 있다”며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악의적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범죄 혐의 입증보다는 범죄 이미지 뒤집어씌우기에만 혈안이 돼 ‘아니면 말고’ 식의 터무니 없는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민주당은 검사독재정권의 야만과 사법사냥에 대해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체포동의안 부결 방침을 재차 강조한 뒤 “국민들께서도 민주당을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며 단호하고 엄중하게 검사독재정권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불체포특권의 취지는 막대한 권력을 지닌 행정부가 입법 기관 탄압을 위해 권력을 남용할 때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라며 “무차별 압수수색과 검사 수십명이 이 대표 수사에 투입됐고 대장동 ‘50억원 클럽’ 당사자는 수사하지 않는 점을 미뤄보면 이는 정치 탄압이다. 불체포특권 작동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사건이 아닌 사람을 겨냥한 수사였다. 자금 흐름조차 밝히지 못한 영장은 정치 탄압의 증거일 뿐”이라며 “불체포특권은 검찰이나 법관이 선출된 권력을 함부로 체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 총의를 모았다. 당내에서는 계파를 막론하고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기 때문에 이번에는 부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반면 무기명 투표이고, 최근 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의원들의 총선 패배 공포감이 커졌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문제는 표결 이후 이 대표와 당의 선택이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에게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도 체포동의안 부결 후 이 대표가 행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체포동의안 부결 후 검찰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 민주당 당헌 80조 1항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에 근거해 이 대표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이를 사전에 진화하려는 듯 조 사무총장은 이날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당헌 80조 3항을 들었다. 그는 “검찰의 영장청구는 윤석열 정권의 정적 제거를 위한 정치적 행보라고 이미 말했다. 당헌 80조(적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관건은 결국 여론 추이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지휘하는 내년 총선 공천으로 민주당이 이길 수 있겠느냐는 여론이 체포동의안 표결 후 형성될 것이다. 그에 대비한 물밑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비명계 초선 의원은 “당장 이 대표의 움직임을 요구하는 의견이 분출되지 않더라도 민주당에 대한 국민 여론을 의원들이 더 민감하게 지켜본 후 반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며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구속 여부에 따라 이 대표와 민주당의 운명은 극과 극으로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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