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호가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에 오르기 전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공항 윤승민 기자

 

두산의 과제가 젊은 야수 찾기라고는 하지만, 두산의 올 시즌 내야 사령관은 여전히 김재호(35)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며 안정감과 과감함을 두루 갖춘 두산의 내야수비는 벤치의 지시보다는 김재호를 위시한 내야진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때가 많다.

타고난 센스, 거쳐온 경험이 김재호의 자산이겠지만,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얻어지기만 하는 것들은 아니다. 김재호는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팀의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전 “바뀐 외인 투수들이 어느 공을 던질 때 어떤 타구가 나오는지를 지켜보는 게 이번 캠프의 중점”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해 통합우승을 이끈 외인 원투펀치를 모두 떠나보냈다. 라울 알칸타라가 KT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두산 야수들은 아직 알칸타라가 마운드에 선 경기에서 수비를 한 적이 없다. 잇달아 실전 경기가 치러질 2차 캠프에서 같은 팀 새 투수들에게 적응을 해야, 시즌 때 기민한 수비 움직임이 가능하다. 리그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두산 수비를 이끄는 선수 머릿속엔 역시 수비가 우선순위에 놓여 있었다.

김재호는 그러면서 팀 후배 내야수들에게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린 선수들이 팀에서 어느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느끼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 같다”며 “수비로 나를 넘어서는 선수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비가 중요한 팀이 강팀이라는 건 모두가 알지만 두산은 지난해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은 내야수 오재원을 수비·주루 능력을 바탕으로 1군에 둘만큼 특히나 수비를 강조하는 팀이다.

국가대표급 수비실력을 뽐내면서도 준수한 공격력을 갖춘 김재호는 호주 질롱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에서도 건재함을 뽐냈다. 두산이 실전 경기를 호주 대표팀과 단 한 차례만 치르긴 했지만, 김재호는 이 경기에서 친 홈런을 바탕으로 1차 캠프 타자 최우수선수(MVP)로 꼽히기도 했다. 김재호는 “나이가 드니 몸을 만들고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시즌 종료 후 사나흘만 쉬고 바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두산 입장에선 김재호의 뒤를 이을 젊은 유격수가 필요하지만, 김재호는 자신의 뒤를 결코 순순히 내줄 생각이 없다. 팀 선배로서 후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한편 김재호는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재호는 “젊은 친구들이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고 내 기량이 떨어져서는 안된다”며 “서로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상태에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내가 경쟁에서 진다고 해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공공연히 말했지만, 김재호는 “기존 선수들에 대한 배려이지만, ‘준비가 안되면 언제든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인천공항|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