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2일]‘여제’ 린지 본 vs ‘요정’ 시프린, 성에 안찬 맞대결

미국 알파인스키 여자 대표 린지 본(왼쪽)과 미카엘라 시프린이 22일 정선 알파인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복합 경기를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정선 | AP연합뉴스

‘스키 여제’ 린지 본(34·미국)과 ‘스키 요정’ 미카엘라 시프린(23·미국). 여자 알파인스키의 두 스타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22일 처음 맞붙었다. 시프린이 메달을 따며 웃은 것처럼 보이지만, 둘에게는 모두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이날 정선 알파인 센터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복합 경기에서, 시프린은 합계 2분21초87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활강 경기에서는 1분41초35를, 회전 경기에서는 40초52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0.97초 차이로 스위스의 미셸 지생(24)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반면 린지 본은 먼저 열린 활강 경기에서 1분39초37로 1위를 기록했지만, 회전 경기에서 통과해야 할 기문을 그냥 지나쳐 실격됐다.

둘은 미국 여자 알파인 스키 대표팀의 상징적인 존재들이지만 평창 올림픽에서 맞붙은 적은 없었다. 본은 활강·슈퍼대회전 등 속도 경기가 주종목이다. 반면 시프린은 대회전·회전 등 기술 경기에서 강했다. 본은 고질병이 된 무릎 부상 때문에 올림픽 개막 이전부터 기술 경기에서는 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반면 시프린은 활강·슈퍼대회전 출전할 뜻을 내비쳤다가, 속도 경기일이 다가오자 불참의사를 밝혔다.

결국 둘은 속도 경기(활강)와 기술 경기(회전)를 함께 치르는 복합 종목에서 처음 만났다. 역시 각자 주종목에서 강세를 보였다. 전날 열린 올림픽 여자 활강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본은 복합 종목 활강 경기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대회전에서 금메달을 땄던 본은 활강에서 6위에 머물렀지만, 회전에서 만회해 메달을 하나 더 추가했다.

결과만 보면 새로운 스타 시프린이 월드컵 통산 81승에 빛나는 본에 판정승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프린에게도 아쉬움은 남았다. 경기를 마친 뒤 금메달리스트 지생의 골인 장면을 지켜보면서 표정에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시프린은 경기 후 “회전 경기는 잘 마쳤지만, 활강에서 너무 큰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둘 이상 따야 한다는 부담감을 스스로 지고 있었다”고도 했다.

정선|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