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벼랑 끝 몰린 박 대통령, 복잡해진 ‘최후 셈법’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에는 ‘버티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탄핵심판 선고를 ‘7인 재판관 체제’에서 받으려 지연전략을 펼쳤지만 헌재 재판부의 단호한 대응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박 대통령 측은 최종변론을 미뤄주는 조건으로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출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총사퇴하는 카드까지 거론되지만 판세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특검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 실시는 난항을 겪고 있다. 청와대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경호 차원의 우려를 해소해달라는 요구를 반복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검이 조사와 관련해 세밀한 부분에까지 합의했던 지난번과 달리 강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대면조사의 사전 공개 여부 등 논의에서 특검 측이 협조하지 않아 응할 수 없다는 취지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기자단과의 신년간담회에서 “특검에서 연락이 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은 탄핵심판 선고 전에 대면조사를 받는 게 득 될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최후진술을 위해 탄핵심판에 출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헌재 재판부는 22일까지 박 대통령의 출석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출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22일 변론에서 최종변론 기일을 늦춰줄 수 있는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종변론 기일을 다음달 2~3일로 연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재판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양측이 절충해 오는 27~28일쯤 대통령 출석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이 출석하면 자신의 주장을 직접 밝힐 수 있는 기회는 얻지만 재판부와 소추위원의 신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소추위원의 신문 1시간을 포함해 재판부의 신문까지 적어도 1시간30분가량은 질문 공세를 받아야 한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박 대통령 출석이 어렵다면 대리인단이 ‘총사퇴’ 카드로 판을 흔드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통령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는 대리인단 총사퇴 여부에 대해 “논의는 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리인단 총사퇴 카드가 논의되는 이유는 대리인단이 사퇴하면 새로운 대리인단이 꾸려질 때까지 심판이 중단돼야 한다는 해석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 25조에는 “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인 사인(私人)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으면 심판수행을 하지 못한다”는 ‘변호사강제주의’가 규정돼 있다. 대통령을 사인으로 판단하면 심판이 중단되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 산하 헌법재판연구원이 발행한 <주석 헌법재판소법>에는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변호사강제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청구인(대통령)은 단순한 사인의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적 직무수행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대리인단이 사퇴해도 심판이 중단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 측이 복잡한 계산을 하는 것은 헌재의 탄핵을 기각시키거나 특검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다. 탄핵이 기각되면 특검이나 검찰의 기소는 불가능해진다. 반면 탄핵이 인용(파면)되면 박 대통령은 기소는 물론 구속까지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박 대통령 지지세력이 ‘불공정 탄핵심판’ ‘정치적 특검’ 등 선고와 수사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명분을 최대한 만들어놔야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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