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까지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썰매 3종목 중 2종목 경기가 마무리됐다. 윤성빈(24·강원도청)이 새로운 ‘스켈레톤 황제’로 즉위한 가운데, 루지 남·녀 싱글(1인승)과 스켈레톤 남·녀 경기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각 종목 여자 경기에선 전 대회 올림픽 챔피언들이 모두 ‘수성’에 성공했지만, 남자 경기에선 오랜 강자들이 순간의 실수로 메달 획득에도 실패했다.
윤성빈이 롤모델로 삼았고, 또 강력한 라이벌이기도 했던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압도적인 주행을 선보인 윤성빈에게 금메달이 돌아가는 건 이상하지 않았지만, 두쿠르스의 노메달은 예상 밖이었다. 1초 이상 큰 차이가 나긴 했지만, 두쿠르스는 3차 주행까지만 해도 2위를 기록해 은메달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16일 마지막 4차 주행에서 4번 커브를 지난 뒤 한차례 벽에 부딪쳤고, 크고 작은 실수를 연거푸 범하며 최종 순위는 4위에 머물렀다. 스타트와 주행이 모두 빼어나고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두쿠르스였지만 2010 밴쿠버·2014 소치 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친데 이어 평창에서는 시상대에도 오르지 못하는 좌절을 맛봤다.
‘루지 황제’ 펠릭스 로흐(29·독일)도 실수로 분루를 삼켜야 했다. 로흐 역시 지난 11일 마지막 4차 주행 도중 실수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로흐는 강력한 올림픽 금메달 후보였고, 3차 주행까지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4차 주행에서도 ‘마의 9번 코너’는 잘 넘었지만, 10번 코너를 지난 뒤 썰매가 벽에 부딪혔고, 한쪽이 살짝 들린 썰매의 방향은 흔들렸다. 결국 최종 순위는 5위에 머물렀다. 스스로도 충격이 컸는지 로흐는 한동안 썰매 위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로흐의 예기치 않았던 실수 덕에 다비드 글라이셔(24·오스트리아)가 깜짝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반면 루지 여자 싱글과 스켈레톤 여자 경기에선 올림픽 챔피언들이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16일 열린 스켈레톤여자 4차 주행에서는 영국의 리지 야놀드(30)가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다만 역전승이었다. 야놀드는 3차 주행까지 2위를 기록했으나, 마지막 4차 주행에서 트랙 신기록(51초46)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히려 3차 주행까지 1위를 달리던 오스트리아의 재닌 플록(29)이 4차 주행 후 4위로 떨어져 쓴 잔을 들었다. 큰 대회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야놀드 특유의 정신력이 빛을 발했다.
지난 12~13일 열린 루지 여자 싱글에서만큼은 최강자 나탈리 가이젠베르거(30)가 이변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7~2018시즌 국제루지연맹(FIL) 월드컵 랭킹 1위이자 2014 소치 올림픽 2관왕인 가이젠베르거는 이어 열린 평창 올림픽 루지 팀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2개 대회 연속 2관왕의 영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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