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자신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부당하다고 항변하는 데 집중했다. 국회에 모인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에게 배포한 20쪽 자료에서 “구속영장 청구는 형사소송법 위반이며 위헌적 처분”이라고 밝히며 이를 널리 알려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자료에서 각 사건별 검찰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한 언론사 보도를 두고 “대통령실이 서울중앙지검 대변인실이냐”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현역의원 및 원외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검찰이 포획돼 궁박한 처지에 빠진 사람들의 증언과 진술을 가지고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며 “민생을 챙기라고 권한을 줬더니 그 권한으로 정적을 쳐내고 권력을 장악하고 자기 권력을 유지하느라 세월을 다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싸워야하는 것은 이재명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곧추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 상황은) 민주주의의 파괴이고 헌정질서의 파괴이고 민주공화국의 전도”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연석회의에서 배포한 20쪽 분량의 설명자료에서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에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실체적 진실을 호도하기 위한 의도적인 허위 주장(을 했다)’고 적시된 데 대해 “이 주장 자체가 모순된다. 답변을 회피했다면 의도적인 허위 주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진술을 거부할 권리도 헌법에 기초를 둔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영장에 기재된 모든 사건에서 개인적인 이익을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며 “대장동 사업을 통해 성남시가 5503억원의 공익을 얻었다는 사실은 대법원 판결에서 인정된 바 있다. 헌정 사상 최고의 공익환수이며 이를 두고 업무상 배임이라 주장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들의 실행 과정에서 (제가) 구체적으로 행위한 것은 없다”며 “사람들의 진술 외에는 정황 증거만 존재한다. ‘대장동 4인방’의 진술은 크게 번복되는 등 신빙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해 “영장에 언급된 혐의 사실들은 이미 몇 년에 걸쳐 수사가 이뤄졌고 압수수색도 수백 번 진행됐다”며 “이렇게 수사를 진행했다면 존재하는 증거들은 모두 검찰이 확보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수감된 사건 관련자들을 면회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법무부 교정국의 직원들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회유가 있었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검찰이 ‘현직 국회의원이자 제1야당 대표로서 우리나라 최고 정치권력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런 주장대로라면 유력 정치인일수록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그는 “검찰 주장은 ‘제1야당 대표라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런 주장을 영장에 기재했다는 사실에서도 이 영장이 얼마나 부당한 정치적 목적으로 청구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자료에서 의혹별 자신의 입장을 담았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 초과이익의 성남시 배당액수를 정액으로 규정하면서 민간 투자자들에게 많은 이익이 돌아간 점이 배임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경기 호전시에는 배당을 비율로 정하는 것이, 악화시에는 확정 방식이 유리한 데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정책 판단의 영역”이라며 “안정성이 중요한 행정에서는 확정액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정책 결정자들은 결정 전에 주술사나 검찰에 물어봐야 한다. 예측이 틀리면 언제든지 검찰에 의해 감옥 갈 수 있으니까”라고 남겼다.
이 대표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경기도의 대북사업 대가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쌍방울이 돈을 보냈다는 2019년 1월과 4월은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에 대한 북측의 사업 내용, 규모도 협의되지 않은 시점이다. 도지사 방북 비용은 경기도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데 비용 대납을 개인에게 요구할 이유가 없다”며 “쌍방울이 자체 대북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한 로비 자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료에 포함된 2쪽 분량의 편지글에서 “유권무죄 무권유죄,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보복 수사에 힘들고 괴로울 때가 많다”면서 “그러나 저의 부족함으로 대선 패배가 초래한 일이기에 모두 감수하고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했다. 또 “실체적 진실을 알리는데 도움이 될 자료를 보내드린다”면서 “꼭 읽어봐 주시고 널리 알려달라. 진실의 방패를 들어 거짓의 화살에 맞서 싸워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력놀음에 민생을 망치는 줄 모르는 윤석열 정권, 이재명이 아니라 물가부터 잡으라”며 “이재명을 잡고 야당을 파괴하겠다면서 사건을 조작하는 그 힘으로 이자 폭탄, 난방비 폭탄을 먼저 막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을 위해서만 쓸 권력을 정적 탄압에 악용하는 정권의 말로는 분명하다”며 “윤석열 정권은 ‘정적 제거에는 전광석화인데 민생 고통에는 함흥차사’라는 국민적 비판을 깊이 인식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민주당에서 이 대표 방탄을 치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주간조선 보도에 관해 질의를 받자 “대통령실이 서울중앙지검 대변인실인가 보군요”라고 답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실이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개입했음을 자인한 것이고, 살라미 영장 청구로 이 대표를 망신주라고 검찰에 하명한 것”이라며 “전대미문의 야당 탄압이 대통령실의 하명수사임이 명명백백해졌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근으로 구속수감 중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 변호인 이건태, 조상호, 김동아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성호 의원이 정 실장 접견 과정에서 그 어떤 회유 제안을 받은 사실이 없었음을 단호히 밝힌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일 조사 담당 검사가 아닌 옆방 검사가 정 실장을 향해 ‘본인을 위해 뭐가 좋을지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로 회유성 면담을 계속했다”며 “정 실장에 따르면 조사 담당 검사는 정 실장에게 ‘형 선고되면 강력범들과도 혼방 생활을 할 수 있는데 괜찮겠냐’며 회유, 협박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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