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7일 국회에서 현역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등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검찰 규탄대회를 열고 검찰의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의 독재”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 대표가 구속을 피해도 재판이 진행되면서 차기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윤석열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열었다. 현역 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 등 3000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참석자들은 파란 풍선과 ‘윤석열정권 민주말살 중단하라’ ‘윤석열정권 검사독재 규탄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김건희도 수사하라’는 현수막을 직접 만들어 현장에 나타났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헌정사상 유례없는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의 폭거이자 대한민국의 민주와 법치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대선 당시 강력한 경쟁자였던 이 대표에 대한 치졸한 복수이자 김건희 주가조작 특검 물타기용”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부의장 출신 김상희 의원은 “군부독재 시절에도 야당 대표에게 영장 청구는 없었다. 최소한의 정치 도의고 정치 상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소병철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1993년 8월3일 야당 총재로 강제구인돼 사무실에서 끌려나왔다.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말했다. 당원들은 의원들의 발언에 “맞습니다”라며 맞장구를 치고 검찰을 향해 “악의 축”이라고 외쳤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현역 의원·원외 지역위원장 긴급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기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지 않는 의원들도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100% 부결”이라며 “이 대표와 가깝지 않은 사람도 ‘검찰이 너무 심하다. 무리하다’라고 하는 게 당내 의원들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재수 의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100% 부결”이라며 “아무리 자기네들이 검찰 권력을 가지고 있다 치더라도 증거와 물증, 법리에 의해서 진행이 돼야 되는데 전부 진술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이재명계 김남국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관련자들의) 번복된 진술이나 (검찰의) 자의적인 평가로 (이 대표를) 기소하려는 목적이 보여서 대부분 부결 쪽으로 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검찰에 격앙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당 일각에선 장외집회를 추가로 열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강경 대응이 당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22대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에게 조사한 민주당 지지율은 30%로 국민의힘(37%)과의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밖인 7%포인트였다. 같은 기관 정례 조사에서 양당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진 것은 지난해 9월3주차 조사(국민의힘 38%, 민주당 31%) 이후 처음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올해 상반기가 지난 뒤에도 이 대표 ‘사법리스크’ 때문에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면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당내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동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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