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법, 단종·낙태 피해자 소송 5년 만에 첫 확정 판결
ㆍ정부 강제수술에 “신체 훼손·태아 생명권 침해 행위”
“올바른 판단을 해주신 법원에 감사드린다. 보건복지부도 억지를 버리고 판결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합니다.”
한센인 단종·낙태 조치에 대한 국가배상 판결이 확정된 15일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 주민들은 한결같이 판결을 반겼다. 이들은 “이번 판결로 주민 5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1976년 단종수술을 받고 이번 소송 당사자가 된 강영주 할아버지(81)는 “그때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소록도에서 쫓겨나야 했다. 죽으나 사나 여기서 붙어 있으려고 동물 취급을 해도 달게 받아야 할 처지였다”면서 “나머지 소송 5건도 되도록 빨리 마무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박모씨(75)는 “피해자 500여명이 대부분 고령이라 재판 결과를 보지 못하실 수도 있다”면서 “건건이 재판에 불복해 계속 시비를 거는 국가가 얄밉다”고 말했다. 피해자 전모씨(74)는 “일제강점기 때 피해를 본 분들에 대해 일본은 이미 2006년 보상금을 지급했는데 우리 정부는 똑같은 피해 사례를 모른 척해 왔던 것”이라며 국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기도 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날 ㄱ씨 등 정부로부터 강제로 정관절제수술(단종)과 임신중절수술(낙태)을 받은 한센인 환자 19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단종 피해자 9명에게 3000만원을, 낙태 피해자인 나머지 10명에게 4000만원을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한센인들이 배상을 거부하는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한 지 5년여 만에 받은 첫 번째 확정 판결이다.
한센인들의 소송은 2007년 ‘한센인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한센인 사건법)이 제정되며 설치된 한센인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가 정부 기관인 국립 소록도병원 등에 격리됐던 피해자들을 가려내며 시작됐다. 이후 2011년 10월 첫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으로 모두 6차례 관련 소송이 제기됐다. 전국적으로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는 539명에 이른다.
재판부는 정부의 강제수술에 대해 “환자의 동의·승낙을 받지 않았다면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해당 조치가 정부 보건정책이나 산아제한정책을 위한 것이라 해도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나머지 5건의 손해배상 소송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서울고법이 내린 한센인 139명에 대한 배상금(1인당 2000만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다. 한센인들을 대리한 박영립 한센인인권변호단장은 대법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법부가 이제라도 한센인들의 눈물을 닦아줘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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