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수도권 추가 주택공급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5일 “구룡마을 공공개발 사업으로 1만2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고 이 중 5000가구는 청년·신혼부부에게 반값 이하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코인을 발행해 전 국민이 개발사업에 투자하도록 하고, 전 국민이 개발 이익을 공유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에 등을 돌린 서울 등 수도권의 부동산 민심을 되돌리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능함을 강조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수도권 추가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당초 주택 2838가구 공급이 계획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을 공공주택 특별공급구역으로 지정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늘려 공급량을 1만2000가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중 5000가구는 시범사업 중인 ‘누구나집’, 이재명 후보 공약인 ‘기본주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구룡마을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판자촌으로 수십년 간 개발 대상으로 거론돼 왔지만 서울시와 강남구, 토지 소유주 등의 이권이 얽혀있어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이날 공약을 직접 발표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구룡마을 개발이 잘 안됐던 세 가지 이유는 개발이익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논쟁, 1100가구 정도의 무허가 주택 거주민 문제,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이었다”며 “거주민에게는 전원 입주권을 주고, 임대주택 대신 10년 분양형 주택을 도입할 것이며, 전체 국민에게 개발 이익을 돌려주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개발 사업과 연계된 가상자산을 만들고 국민들이 이에 투자해 수익을 얻게끔 하는 방안도 내놨다. 송 대표는 “비트코인과는 달리 실물이 뒷받침된 가상자산이기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콘서트홀 등 문화·컨벤션시설, 도서관과 수목원, 공원 등 시설로 개발이익을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부동산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수도권 공급이 핵심 사안이기 때문에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임기 내 실현가능한 공급 정책을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냈다”며 “이 후보와 수 차례 같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공약은 이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개시 후 처음 발표하는 부동산 정책이다. 여러 차례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부지를 밝힌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수도권 부동산 민심을 되돌리고, 선거 슬로건인 ‘유능한 경제대통령’ 면모를 부각하려고 공식선거운동 첫날에 맞춰 서울 강남지역 대규모 공급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강남구청장과 구체적으로 협의했다. (개발) 조건이 다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용적률이 500%까지 올라가는 집은 ‘성냥갑 아파트’처럼 주거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며 “주택 공급에는 양과 질 모두가 중요하다. 민주당이 주택 공급 부족 프레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양만 늘리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