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 원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의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눈 떠보니 후진국’이 바로 윤석열 정부 지난 9개월의 총평”이라며 “민생·경제, 외교, 안보, 안전, 인사 참사까지 5대 참사는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민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위기의 대한민국, 문제는 대통령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약 38분에 걸쳐 연설했다. 박 원내대표는 “저부터 성찰하며 대안을 말씀드릴 참이었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이 이런 문제의식을 너무나 한가하게 만들었다”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70대와 40대 모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연을 소개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1년도 안 된 정부, 9개월 내내 참사란 참사가 다 이어졌다”며 “더 큰 문제는 무능과 무책임을 오만한 통치로 돌파하려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이 ‘힘들고 어렵지만 가야 할 정치의 길’을 버리고 ‘쉽지만 가지 말아야 할 지배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5대 참사라고 규정한 국정 분야별로 조목조목 정부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난방비 폭탄에도 첫 대응은 전 정부 탓이었다”며 “법인세 감면 등 초부자, 재벌대기업 지원은 속도전을 방불케 하더니 민생과 직결된 문제는 ‘근본적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교의 꽃이라는 정상외교가 ‘대통령 리스크’로 덮였다” “우리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전가하는 황당한 결정을 해놓고 이를 해법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서 한국 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한 것을 지적하며 “대통령이 검찰권력을 사유화하고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남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은 권력 남용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해 “‘국민의힘 판 오징어게임’”이라며 “오징어게임 프론트맨 윤 대통령의 공포 정치가 너무나 섬뜩하다”고 지적했다. 윤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정부 장관 파면 요구를 끝까지 거부했다며 “대한민국이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 맞느냐”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여전히 ‘검사들의 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국회 무시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면서 “야당과 여당, 의회를 인정하는 것이 정치 회복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야당 지도부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직접 협조를 구하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생을 구하는 데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며 민주당이 제안한 ‘30조원 긴급민생프로젝트’ 등에 대한 신속한 검토를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사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자산관리사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받은 50억원이 뇌물이 아니라는 취지의 최근 판결에 대해 “대통령이 입에 침이 마르고 닳도록 주장했던 공정과 상식은 대체 어디로 갔느냐”고 말했다. 김 여사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 때 김 여사 소환조사가 없던 점을 지적하며 “이제라도 성역 없는 수사로 무너진 사법정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 남은 길은 특검뿐이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38회 언급하며 직격했다. 1분마다 한 번씩 윤 대통령을 비판한 셈이다. 난방비 폭등 등 민생·경제 참사와 외교무대 실언 등 외교·안보 참사를 언급하면서 “문제는 윤 대통령”이라고 세 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이어 경제(16회), 검찰(14회), 김 여사(9회), 민생(7회) 등의 순으로 많이 언급했다. 그는 난방비 급등 등 민생 현안을 넘어 복합경제 위기, 탈탄소 에너지 정책, 저출산 대책 등 거시 담론도 언급했다. 정부 비판뿐 아니라 대안 야당으로서 면모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원내대표 연설은 남 탓으로 시작해 남 탓으로 끝났다. 한달 전 이재명 대표 신년기자회견 딱 그 수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며 “(민주당은) 장관 탄핵에 명분 없는 방탄 특검까지 정쟁거리 발굴에 혈안이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역대 원내대표 연설 중에서 이렇게 거친 연설은 처음 봤다”며 “국회가 이런 식으로 가면 (대통령과)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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